이규혁(25·춘천시청)이 5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우승, 2관왕이 되자 제갈성렬(33·춘천시청 감독·사진)코치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규혁은 인터뷰에서 금메달 1개를 제갈성렬코치에게 바치겠다고 말했을 만큼 둘은 각별한 정과 고통을 함께 나눴다.제갈코치와 이규혁의 인연은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으면서도 이규혁은 컨디션 난조로 후배 최재봉에게 1,000m 금메달을 넘겨줬고 제갈성렬도 500m에서 일본선수에게 0.14초차로 금메달을 빼았겼다. 둘은 실의에 빠졌고 급기야 이듬해 2월 제갈코치가 은퇴하자 이규혁도 무작정 국가대표를 그만뒀다.
하지만 제갈코치는 운동을 다시 하자는 후배 이규혁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박사과정 진학마저 포기한 채 이규혁의 전담코치로 나섰다. 빙상계의 차가운 시선속에 태릉선수촌 밖에서 훈련하던 이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하루 7시간의 혹독한 담금질에 나서 이규혁의 약점이었던 스타트 시간을 단축시켰고 경기 후반에도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규혁이 감기에 걸리자 500m를 과감하게 포기시켜 체력을 비축, 결과적으로 2관왕을 달성하게 했던 제갈코치는 "규혁이가 1,500m 금메달을 땄던 날 밤 숙소에 돌아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며 "그동안의 시련으로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이 오늘의 영광으로 이어졌다"며 활짝 웃었다.
/아오모리=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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