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일 대 테러 및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한 2004 회계연도(2003년 10월1일∼2004년 9월30일)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4.2% 증가한 2조2,300억 달러로 편성됐으며, 이로 인한 재정적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의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특히 북미 제네바 협정이 사실상 사문화함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지원 등 대북 관련 항목이 모두 삭제됐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눈길 끄는 항목들 가장 많이 증액된 분야는 대 테러 예산이다. 신설된 국토안보부 소관의 대 테러 예산은 362억 달러. 기존의 같은 기능을 수행하던 20여 기관의 예산을 합한 것보다 10% 늘었다. 여기에 국방부의 관련 예산을 합하면 전체 대 테러 예산은 413억 달러에 이른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160억 달러 증가한 3,800억 달러로 책정됐다. 증가액의 상당부분은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차세대 군함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후 복구비용을 포함해 300억∼5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이라크 전쟁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자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외방송 예산을 11%나 증액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중동지역에 새 아랍어TV 방송을 설립하고,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2배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예산도 5억 달러 증액된 154억7,000만 달러로 책정됐다. 이중 우주왕복선 예산은 올해보다 7억 달러 늘어난 39억 달러에 이른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예산안은 컬럼비아호 참사 이전에 짜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노인 및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장 및 의료보험제도의 재검토를 주장하면서도 사회안전망의 변화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심화 백악관은 내년 정부 재정적자가 3,070억 달러로 사상 최대가 예상되는 올해(3,040억 달러)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08년까지 누적 재정적자는 당초 예상했던 1,140억 달러에서 1조840억 달러로 거의 1조 달러 이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침체와 이라크 전쟁 등을 감안할 때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상당부분이 지난달 발표된 부시의 감세안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향후 의회 심의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브루킹스연구소 피터 오르작 연구원은 "부시의 제안은 2008년 이후 경제가 회복된 후에도 거의 2,000억 달러의 적자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는 경제여건이 정상화하면 균형재정을 유지하겠다던 부시의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그러나 현재 의회가 상하 양원 모두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어 부시의 예산안이 큰 수정 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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