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5일 유엔 안보리 연설을 앞두고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바그다드 주재 유고 대사관과 스페인 대사관이 "본국과의 장기간 협의"를 이유로 이미 이라크를 떠난 데 이어 1991년 걸프전 후 이라크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행해 온 폴란드 외교관들도 5일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단에게 전쟁 발발시 행동지침이 하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고 있는 외교관 철수 러시는 전쟁과 반전의 외교적 타협이 막바지에 달했음을 시사한다.
지난달 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막판 의견조율을 마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전쟁 길목의 최대 걸림돌인 프랑스를 방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군사적으로는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이 걸프해로 진입, 주둔중인 항모 컨스텔레이션, 해리 트루먼호와 합류했다.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테어도어 루스벨트호도 조만간 걸프해역으로 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명운을 가를 숨가쁜 한 주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4일을 시작으로 '전쟁이냐 평화냐'를 가를 외교전이 한 주간 숨가쁘게 전개된다. 5일에는 파월 장관이 안보리에서 '결정적 물증'은 아니더라도 이라크의 기만행위를 입증하는 증거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특히 그는 3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고 언급, 유엔의 추가 결의안에 관계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미국측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주말에는 대 테러전의 매파로 급부상한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워싱턴에서 부시와 만나 미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부시 대통령이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U2 정찰기를 사찰 활동에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주말 열리는 사찰단과 이라크 당국 간 회의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라크의 사찰단에 대한 '태도'의 일단이 이번 회담에서 표출될 것이란 점 때문이다.
블레어―시라크 회담은 양국 이견을 해소할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3일 가진 예비 전화회담을 통해 블레어 총리는 2차 유엔 결의안을 영국이 지지하는 대가로 프랑스로부터 군사행동에 대한 찬성의사를 끌어내려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라크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시간이 다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분석이다.
반전(反戰) 정상회담도 잇따라
유럽연합(EU)은 "전쟁이 불가피하지 않다"는 입장을 3일 거듭 밝힌 뒤 위기를 중재할 EU 특별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순회의장국인 그리스 정부는 이날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파월 장관의 안보리 연설을 지켜본 뒤 이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상회담은 대단히 중요한 모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스 독일이 이라크전에 강력 반대하는 가운데 영국을 포함한 유럽 8개국이 지난주 미국 주도의 전쟁에 찬성한다고 서명함으로써 극도의 분열양상을 빚어왔던 유럽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아랍연맹도 다음달 24일 바레인에서 예정된 아랍정상회담을 내달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조기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사찰단이 안보리에 2차 보고서를 제출하는 14일 이전과 이후를 놓고 의견이 갈려 있으나 정상회담 결의안 초안은 "이라크에 6주간의 시간을 더 부여한다"는 내용에 대략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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