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힘들면 고산증에 걸려 숨도 제대로 못 쉬던 다섯 살 때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탐험가 허영호(許永浩·49)씨의 아들 재석(宰碩·19·서울 광문고3년·사진)군이 4일 서울시교육청이 주는 제4회 서울학생상을 받았다. 에베레스트,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러시아의 엘부르즈 등 세계 준령들을 등정해 진취적 기상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허군은 다섯 살 때인 1989년 아버지의 두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을 따라가 해발 5,400m의 베이스캠프에서 무려 40일간 체류했는데 당시 고산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94년에는 킬리만자로를 오르며 케냐, 탄자니아 등지의 오지탐험을 했다. "케냐 마사이족은 물건을 사라며 칼을 들이대기도 했어요. 무서웠지만 다시 가보고 싶어요." 허 군은 지금까지 12개국을 다니며 본 독특한 문화와 생활 풍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보름씩 수업을 빼먹기도 했지만 대신 또래 누구도 갖지 못한 폭 넓은 시야와 자신감을 얻었단다. 중2 때인 98년에는 유럽 최고봉인 러시아 엘부르즈(5,650m) 가족등반에도 성공했다. 너무 힘들어 동봉보다 50m 낮은 서봉을 오르려다 아버지에게 호된 질책을 받은 뒤의 결실이었다. "뭘 하다 힘들면 금세 그만두곤 했거든요. 하지만 이후로는 공부든 일이든 꾸준히, 될 때까지 하게 됐어요" 3월에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 진학하는 허 군은 앞으로도 등반과 오지여행을 계속할 생각이다.
한편 지난해 터키 아라랏산(5,200m)을 정복한 아버지 허씨는 올해 국내 최초로 경비행기 세계일주에 나선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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