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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크루즈/수평선 너머 자유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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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크루즈/수평선 너머 자유 찾아 떠난다

입력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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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가라앉은 하늘이 바다와 맞닿았다. 크루즈 유람선 '레오'가 그 사이를 비집고 긴 닻을 끌어 올린다. 항해가 시작된다. 변방의 여행객들이 내지르는 탄성. 배의 규모와 웅장함 때문만은 아니다. 모험의 시작. 어떤 인연도 없었던 인도차이나로의 여정에 남녀노소가 웅성거린다. 먼 옛날 빙하에 부딪혀 사경을 헤맸던 타이타닉호를 기억하는 이들은 긴장 이상의 두려움도 가져본다. 일탈과 탈출. 어쩌면 파도를 이불 삼아 갑판을 베개 삼아 혹시나 해적선을 만나는 꿈을 꾸어본 이들이 크루즈를 진짜 즐길줄 아는 여행객일 것이다.홍콩에서 중국의 산야(山野),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4박5일 동안 경유하는 스타크루즈사의 레오호는 세계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큰 여객선이다. 배수량이 7만톤을 넘고 객실만 980개다. 갑판은 축구장 2개의 크기다. 타이타닉호의 두배다. 스타크루즈는 캐러비언 크루즈 등에 이은 세계 3대 크루즈사로 부산 다대포와 일본을 잇는 항로로 국내 여행객과 인연을 맺었다.

승선절차를 마치고 로비에 들어서기까지 승객들은 1,000여 명에 이르는 승무원들의 환대를 받게 된다. 자칫 수줍음이 느껴질 정도로 살가운 접대가 부담스럽지만 이게 크루즈의 진짜 매력이다. 인연을 만들어가는 게 크루즈 여행의 핵심이 아닌가.

이들은 여정 내내 끊임없이 이벤트를 만들어낸다. 춤, 노래, 파티, 공연 등 숨돌릴 틈이 없다. 정장으로 참석하는 디너파티, 마술쇼, 댄스교습, 칵테일파티는 품격 있는 사교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선상여행의 맛을 완성하는 고명이다. 물론 담백한 휴가를 원한다면 그냥 사양하면 된다. 배를 깔고 엎드려 바다만 종일 바라보든, 카지노에서 밤을 새우든 승객의 선택이다. 크루즈 여행이기 때문이다.

크루즈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다. 크루즈가 여행의 끝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빡빡한 일정도, 따라야 하는 지정된 코스도 없다. 영어 등 외국어에 자신이 없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일의 일정이 한국어로 인쇄된 자료로 배달되고 한국인 승무원에게 항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도 사우나, 골프연습장, 바,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호텔급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크루즈는 또 행선지 이동 때 짐을 싸는 번거로움이 없고 움직이는 시간과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나뉘지 않아 짧은 시간에 여러곳을 둘러 볼 수 있다.

항해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망의 즐거움이다. 나만의 객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100만달러짜리 야경, 3,000여 개의 소담한 섬들이 코앞에서 나고 사라지는 하롱베이의 새벽은 크루즈 여행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다. 허니문을 온 신혼부부에게는 타이타닉의 낭만이, 배낭을 맨 젊은이들에게는 파도를 가르는 모험이, 황혼의 노부부에게는 편안한 휴식과 하이난도(海南島)의 일몰이 기다린다.

크루즈 여행은 제한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기 때문에 규칙과 주의할 점이 많다. 특히 안전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다. 승선 후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에 참가해야 하고 객실에서의 음주는 금물이다. 한국식 놀이를 고집하면 비록 갑판길이만 200m가 넘는 초대형 유람선이라도 '매너없는 코리안'으로 금세 소문난다.

승선 또는 기항할 때의 출입국 관리는 철저하다. 기항지를 지날 때 그 나라의 공무원이 승선, 비자검사를 하기 때문에 여행을 시작하기 전 기항지의 입국서류를 꼼꼼히 챙기는 게 좋다. 승객 아이디 카드가 객실키, 신용카드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잃어버리면 절차가 복잡하므로 목에 걸수 있는 카드집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의사들이 상주하고 응급시에는 헬기후송이 가능하다.

비용은 4박5일 동남아 기항의 경우 100여만원 정도다. 여기에는 항공비, 승선비, 숙박비,1일 6식의 식사비, 피트니스센터 등의 편의시설 이용비가 포함된다. 객실은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위트룸, 발코니룸 등 업그레이드할 경우 추가 비용이 있다. 기항지 여행은 선택사항이라 가격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비수기와 평일을 선택하면 더 저렴한 가격이 가능하다. 3월말엔 평택에서 칭다오를 잇는 한중노선이 취항한다. 스타크루즈 한국지사. 1588-3800, 트래블러 여행사 1588-2188.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크루즈여행 100배 즐기기

크루즈는 승객이 연출하는 여행이다. 감독도 각본도 전부 행자의 몫이다. 잘 차려진 무대에서 멋스럽게 즐기거나, 아니면 그냥 배를 깔고 쉬거나 알아서 하면 된다. 승무원들은 스태프일 뿐이다. 기항지 여행 및 선상이벤트를 얼마나 잘 이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값이라도 곱절의 즐거움을 챙길 수 있다.

기항지 여행

레오는 4박5일의 일정 중 둘째, 셋째날에 중국 산야시와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기항한다.

산야는 대륙의 최남단인 하이난도(海南島)의 관광도시이다. 북위 19도에 자리잡고 있어 가장 추운 1월에도 낮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나든다. 최저 기온이 섭씨 8도를 웃돌아 코코넛 나무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예로부터 아들을 낳으면 야자 나무를 하나씩 심어와 온 섬이 열대림으로 덮여 있을 정도다.

얄롱베이는 최근 골프장 건설 붐으로 중국 정부의 개발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여행객은 이곳에서 7시간 정도 머물며 골프, 해양 스포츠 등을 즐길수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0여년 전 상하이(上海)개발을 위해 한창 확장중인 이곳의 시설자금을 철수시킨 이유로 주택의 절반이 비어있는 게 흥미롭다.

셋째날 기항지인 하롱베이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한려수도의 아담함에 태고의 신비가 더한 인상을 준다. 한문으로 下龍. 즉 용이 내려와 바닷속을 헤엄치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3,000여개의 섬이 있다. 정박한 유람선에서 관광지까지 가는 작은 배를 타면 섬 사이에서 파도를 휘젓고 장삿배들이 몰려온다. 웬만하면 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좋다. 관심을 보이면 정체 모를 어류를 강매 당할 수도 있다. 날것으로 먹으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시가지에 닿으면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수년전 사라진 우리나라 백화점 셔틀버스들이 한글 표식을 그대로 달고 다닌다.

4시간 정도 머물며 야시장에서 베트남국수를 꼭 맛보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선상이벤트 및 생활

객실의 등급에 따라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벤트가 여행비에 포함되어 있어서 놓치면 손해다.

승선한 당일 모든 승객은 유럽식 저녁식사에 초대된다. 크루즈의 선장, 총지배인들이 참여하며 품격있는 사교가 이뤄진다. 이왕이면 명함을 여러 장 챙기고 번거롭더라도 정장 한 벌을 준비하라. 용기가 필요하지만 선상의 디너쇼에서 소외되기는 너무 아깝다. 크루즈 '레오'에서는 하루 여섯 차례 식사를 할 수 있다. 프랑스식당서 정통 중식당까지 10여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지상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레저를 크루즈에서도 즐길 수가 있다. 갑판에는 골프연습장과 농구장, 조깅트랙 등이 준비되어있다. 매일밤 이벤트를 달리하는 쇼도 놓칠 수 없다. 지금 '레오'에는 호랑이쇼가 한창이다. 마술, 탭댄스쇼 등도 한밤에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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