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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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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립니다. 오감을 모두 곤두세우고서 말입니다.가장 먼저 봄을 느끼는 것은 살갗이겠죠. 바람이 실어 나르는 기운 속에서 냉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훈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눈으로 봅니다. 희끗희끗했던 먼 산의 잔설이 녹으면서 산은 다시 눈 오기 전의 회색으로 변합니다. 그 회색의 산에 어렴풋하게나마 푸른 물이 오르면 봄은 이미 가까이 와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사람들은 이 두가지 감각으로밖에 봄을 느낄 수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봄의 소리와 봄의 맛과 봄의 냄새는 모르고 살아갑니다.

봄의 소리를 가장 뚜렷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은 물가입니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었던 계곡은 침묵의 계곡입니다. 겨울이 떠나갈 채비를 할때 얼음 밑으로 작은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는 봄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커집니다. 요즘 매일 매일 물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봄의 맛은 당연히 봄나물이겠죠. 땅이 녹아 햇볕을 받고 보송보송해지면 냉이, 달래가 지천으로 널립니다. 비닐하우스 덕분에 요즘 아이들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초봄에 들판에서 직접 캐낸 봄나물은 격이 다릅니다. 입속 가득 봄기운이 남습니다.

봄의 냄새는 조금 독특합니다. 고상한 냄새가 아닙니다. 봄의 온기를 가득 머금은 논과 밭이 뿜어내는 냄새, 바로 거름 냄새입니다.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쥡니다. 그러나 농촌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반대입니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고향의 냄새입니다. 가장 자극적인 봄의 느낌입니다.

입춘이 지났습니다. 열흘만 더 있으면 대보름이고, 금세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모두 오감을 만족시키는 뿌듯한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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