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명동이 '문화1번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해방 이후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옛 명동국립극장이 재개관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한국 천주교의 본산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명동성당(사적 제258호)이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현재 대한종금이 소유하고 있는 옛 국립극장 건물을 매입, 2005년 10월20일 문화의 날에 명동국립극장으로 재개관하기로 하고 올해 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문화관광부는 건축사적 의미를 갖는 바로크양식의 겉모습은 유지하되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600∼700 객석의 공연극장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1934년 일본인이 영화관으로 지은 이 건물은 59년부터 국립극장으로 운영되면서 '춘희' '햄릿' 등 160여편을 무대에 올려 명동을 '문화거리'로 키운 곳. 하지만 73년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옮겨가고 75년 건물마저 대한투자금융(현 대한종금)에 매각되면서 명동은 금융상업자본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 연극인과 명동 상인들이 93년 건물 보존운동을 시작하고 2001년에는 '옛 명동국립극장 되찾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편 끝에 결실을 맺게 됐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명동국립극장의 구체적 모습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예술계의 자문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문화예술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살리고 관광특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면 고품격문화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의 변화도 '문화명동 되찾기' 흐름의 한 축. 명동성당은 지난해 6월 부속건물인 문화관을 리모델링해 500여 객석을 갖춘 공연장 '꼬스트홀'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클래식 음악회 등이 활발히 열리고 있다. 백남용(57) 주임 신부는 "명동성당은 암울한 시절엔 민주화를 토론하는 광장이었지만 앞으로는 문화의 광장이 돼야 한다"며 "명동국립극장의 재개관과 명동성당의 변화가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면 명동이 자연스럽게 문화공간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았다.
특히 예술계 인사와 상인들은 로얄호텔 앞쪽 명동성당 소유의 대규모 공터에 화랑이나 공연장 등이 들어서 시민들의 문화 수요를 충족시켜주기를 기대하면서 성당측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75년 개관해 소극장운동을 이끌었고 97년 재개관해 현재도 1인극 마임, 무용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실험공연하고 있는 명동창고극장(명동예술극장)도 명동문화 르네상스에 한 몫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구청은 덕수궁―북창동―소공동―명동―한옥마을을 잇는 '걷고싶은 거리' 조성을 다시 추진, 관광특구와 연계해 문화관광벨트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연극인 박 웅(63)씨는 "명동국립극장 복원은 단순히 공연장이 하나 더 생기는 차원이 아니다"며 "공연이 활성화하면 연극인뿐 아니라 문인, 화가, 음악가 등이 모여 밤을 세워 열정을 토로하는 옛 명동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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