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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제 정착속 특정전공 지원 편중 /기초학문·비인기科 고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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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제 정착속 특정전공 지원 편중 /기초학문·비인기科 고사위기

입력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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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연대 4학년 이모(23·여)씨는 최근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이색적인 모집공고를 냈다. 졸업 후인 내년 이맘 때 있을 치과대 편입 시험을 함께 준비할 동료를 구하기 위한 것. 이씨는 "이왕이면 벌이가 좋은 치대로 옮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전과(轉科)를 위한 그룹스터디가 수십개가 넘는다"고 전했다.기초학문 기피로 고사위기

2학년이 되기 전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학부제 정착과 전과, 편입학 활성화 등으로 특정 인기학과에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기초학문은 고사 위기에 빠졌다. 학부제 이전 정원이 160명이었던 서울 성균관대 한문학과는 현재 전공자가 38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처음 학부제를 실시한 서울대 사회대는 4지망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외교,경제,언론정보학과 등에만 지원자가 몰려 2차 배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10여명은 자신이 원하는 과를 배정받지 못했다. 이 대학 사회대 1학년 김모(19)군은 "경제학부 1지망에 지원했는데 안 되면 수능을 다시 봐서라도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건국대의 경우 올해 인문학부 정원 330명 중 영어영문학전공에 131명(43%)이 몰린 반면 독어독문학·철학·사학 등은 10명 내외만 지원했다.

전과의 편중화 역시 마찬가지. 서울대 법대는 2000년 4명에 불과했던 전과 편입생이 올해 51명으로 늘어났다. 연세대도 최근 학부소속변경을 한 25명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상경계로 진출할 수 있는 사회계열로 적(籍)을 옮겼다. 반면 올해 서울대 농생대는 전과 희망자가 전무했고 인문대도 국문과와 서어서문과 등 4개 학과가 6명의 타과생을 선발하는데 그치는 등 편중화의 명암(明暗)이 극명했다.

전공예약제등 대책마련 부심

학과 지원 편중으로 일부학과가 존폐 위기에 놓이자 대학마다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는 올해 일부 비인기학과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늘릴 방침이다. 성균관대와 숙명여대는 사회복지학과, 물리학과 등에서 전공예약제를 실시중이고 서울대 농생대, 생화과학대, 사범대 등도 전공예약제의 인원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역시 주전공과 복수전공의 동등한 취급, 전공필수학점을 대폭 낮추는 등의 '다중전공제'를 강화해 기초학문의 고사(枯死)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건국대 독어독문학 전공의 오현일(吳賢日)교수는 "비인기학과의 경우 지원자가 적어 수업의 질마저 떨어진다"며 "학과 편중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2개과를 전공하는 조건부 이중전공제 도입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강철원기자 stor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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