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미국 진출 후 첫 해가 지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최경주는 성적이 저조해 다음시즌의 시드권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최경주의 실력이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간주해 버렸다. 최경주 자신도 체력이 뒤떨어지고, 무엇보다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아 기량이 못 미친 것이 시드권을 따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인양 설명했다. 그러던 최경주가 지난해에 2승을 거뒀다. 그러자 최경주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진출 첫 해에 비해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늘었고 숏게임 능력도 향상됐으며 퍼팅이 좋아진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과연 최경주의 분석은 옳은 것일까? 물론 최경주의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수치상으로 첫 해의 그것보다 훨씬 늘었다. 하지만 이 것은 그의 기량상승 때문 이라기 보다는 골프클럽 기능의 향상과 골프볼의 발전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숏게임 능력의 향상과 퍼팅 그린에의 적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부문의 실력이 좋아진 것도 그가 미국에 간 뒤 기량이 향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곳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화적, 환경적 조건에 대한 적응력이 생겨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로 인해 미국에 가기 전 이미 보유하고 있던 그의 숏게임 능력과 퍼팅실력이 뒤늦게 발휘된 것이다.
최경주가 부진했을 때 나는 최경주의 골프에 대해 그의 분석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데뷔 첫 해에 그의 성적이 나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골프기량이 미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영어를 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매일 골프 연습을 하듯이 영어를 익혀 하루 빨리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사회 생활은 대부분 언어에 의하여 영위된다. 따라서 언어를 모르면 문화를 이해할 수 없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해외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자의 최급선무는 그 곳의 언어를 익히는 일이다. 골프선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프로에게 레슨을 받는다 해도 교습을 받는 사람이 레슨프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상상해보자.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정신적인 측면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골프경기에서는 코치나 감독도 없다. 캐디가 그것을 대신한다. 직업 선수들에게 캐디는 단순히 골프백을 운반해 주는 짐꾼이 아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려는 골프선수는 자신의 캐디와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정도로 언어실력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자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변호사 SODONGKI@hitel.ne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