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학자 김순권 박사의 국제옥수수 재단 이사장 사퇴는 자신의 분수를 망각한 터무니없는 외도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잘 말해준다. 옥수수 박사로 불리는 김씨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국제옥수수 재단 이사장직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재단에 자신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한 뒤 재단과 이사진, 후원회원들에게 물의의 책임을 졌다. 재단 관계자는 "김 박사는 이사장 직위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추진해 온 대북 지원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박사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국제옥수수 재단 책임자로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사퇴는 권력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은 남북관계의 현실상 정부와 공조아래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으며, 재원의 상당부분을 정부로부터 직·간접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권력의 향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 특히 대선과 같은 선택의 시기에는 후보진영으로부터 지지압력을 받거나 반대급부를 전제로 한 지지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줄서기를 강요한 정치권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진정으로 인도주의적 목적에 충실하려면 이런 유혹쯤은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
1998년에 창립돼 북한의 식량난을 더는데 일조 해 온 국제옥수수 재단이 김 박사의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서 더욱 알찬 대북지원 사업을 펴기를 기대한다. 민간단체의 순수한 활동은 명망가 한두 사람의 몫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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