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00대로 떨어지는 등 저가 매입 시점에 근접했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투입 시점을 재고 있다."자산 200조원를 움직이는 '큰 손'인 김정태(사진) 국민은행장의 시선이 마침내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 김 행장이 본격적인 주식투자 의사를 밝히기는 2001년 '9·11테러' 이래 1년 4개월 만이다.
김 행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최근 주가가 워낙 싸 더 떨어지더라도 20% 정도 하락하는데 그칠 전망"이라면서 "1조원을 넣어도 최대 손실이 2,000억원 안팎이 되는데 이 정도는 (실패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이어 "국민은행 규모에 수천 억원 정도를 투입해 봐야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주식투자 규모가 1조원 대에 이를 것임을 시사했다.
김 행장의 선언이 새삼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9·11테러' 직후에 이루어진 그의 성공적 투자 때문. 당시 패닉에 가까운 투매상황 속에서 국민은행은 김 행장의 결단에 따라 5,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최고 70%의 수익을 거두었다. 김 행장은 "주식은 위험이 커 은행의 투자대상으로 적합하지는 않지만 타이밍이 적절하다면 회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 행장은 이날 "하이브리드 채권의 국내 발행이 허용된 만큼 기관·개인투자자들에게 해당 채권을 소규모로 분할 판매할 계획"이라며 "최근 채권 수요가 많은 만큼 장기채권이 필요한 보험 등 기관투자가나 안정적인 고정 수입이 필요한 연금 생활자들에게 1,000억∼2,000억원씩 쪼개서 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전체자산의 0.1% 미만인 1,500억원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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