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호 참사를 계기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 동안 노후 우주왕복선의 운행에 대해 위험을 경고했던 전문가들은 '예고된 인재'라며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지난 10여년간 나사의 예산 삭감과 이로 인한 숙련된 인력의 이탈, 안전에 대한 투자 소홀이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나사는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참사 이후 예산 삭감과 숙련 기술자 부족에 시달려 왔고, 중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과제 수행에 급급해왔다. 이는 미 의회가 우주탐사 계획의 안전성 및 효율성을 이유로 나사 예산 증액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데 따른 결과다. 나사 당국은 지난 10년 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예산이 40% 정도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도 우주왕복선 예산은 지난해보다 7,500만 달러 줄어든 32억800만 달러로 책정됐다.
챌린저호 참사 이후 전문가들은 비상시 승무원들을 위한 탈출용 캡슐을 개발하도록 권고했으나 나사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나사는 또 지난해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을 포기하고 기존 왕복선을 25년간 더 사용하기로 결정, 안전성 논란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 업체의 인력 동결로 핵심 기술인력의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2001년에는 항공우주 안전자문위원 9명 중 5명과 2명의 컨설턴트가 나사의 방침에 따라 물러나기도 했다.
나사는 예산 절감을 위해 우주왕복선 관리를 1996년부터 민간에 위탁했는데, 이것이 안전소홀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고 원인이 기계나 구조상의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민간위탁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사 당국은 예산 및 인력 부족과 컬럼비아호 참사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년 예산의 대규모 증액을 요청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나사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억7,000만 달러 많은 154억7,000만 달러로 증액, 제안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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