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등 노사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노동자의 권익 찾기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지난달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서상범(徐尙範·33)씨는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는 민주노총 소속 변호사로 법조인의 첫발을 내디뎠다.
앞서 외무고시에도 합격한 고시2관왕인데다 핵심운동권도 아니었기에 그의 선택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서씨는 "노동문제야말로 가장 심각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서울대 법대 88학번인 그는 대학 3학년때 외교관 선배들을 보면서 외교관을 꿈꾸었다. 군복무와 학업을 마치고 95년 외시에 합격했지만 이내 회의감이 들었다. 서열이 엄격한 관료조직이 부담스러웠고 국내에도 해결하지 못한 현안이 널려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1년 만에 안정적인 외무부 생활을 접고 사법 시험에 도전, 합격했다. 외교관과 달리 변호사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단다. 그는 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동료들이 판검사 임용이나 유명 로펌에 일자리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조용히 민주노총 산하 법률원 공채에 원서를 냈다.
3일로 민주노총에 들어온 지 20여일, 그는 "선배 변호사 3명을 도와 임금체불, 해고, 산업재해 등 산적한 일을 처리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노사공동결정법'처럼 노동자들이 회사경영에 참여함으로써 노동자 권익을 향상하고 기업의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노동전문 변호사로 소망을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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