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 사고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작업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우주공간의 거대한 실험실로 활용한다는 계획 아래 건설중인 ISS는 미국 러시아를 포함,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모두 16개국이 참여한 최초의 국제 우주프로그램이다.
미국 러시아가 독자 추진하던 우주개발 경쟁을 종식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평가를 받았던 ISS는 그러나 600억 달러로 예상했던 당초 비용이 공기지연 등으로 1,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2008∼2010년으로 잡았던 완공시기가 불투명해지는 등 차질을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폭발사고는 ISS 건설작업은 물론 우주실험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컬럼비아호 등 미국 우주왕복선이 ISS 건설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정거장 건설에 따른 각종 부품을 우주왕복선이 전담해 실어 날라왔기 때문이다. 태양전지판이나 트러스와 같은 부피가 큰 부품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은 우주왕복선만이 갖고 있다.
미국 외 러시아의 로켓 추진 소유즈 우주선이 유인 우주비행을 할 수 있으나 승무원을 교체, 수송하는 역할에 불과해 작업공정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러시아 당국의 우주 프로그램 예산부족으로 1년에 2번 이상은 발사할 수 없다.
컬럼비아호 외에 디스커버리 애틀랜티스 엔데버 등 4대의 우주왕복선을 갖고 있는 미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주왕복선을 발사하지 않기로 결정해 언제 비행이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올해와 내년은 우주정거장 건설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뤄질 시기로 10여 차례 왕복선 발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항공우주국(NASA)의 한 관계자는 "1986년 챌린저호 사고 때는 2년 반 만에 비행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판이하다" 며 상당기간 진통이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챌린저호 사고 후 20억 달러짜리 엔데버 왕복선을 만들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왕복선을 대체할 후속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점 때문. 새 왕복선을 만들 시설은 물론, 부품이 남아있지 않은데다 70년대 완성된 왕복선 설계도를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사용한다는 데에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30억 달러에 이를 예산 확보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고 전 군수업체인 록히드사가 'X―33' 이란 왕복선 대체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나 기술적 재정적 문제로 폐기됐다. NASA는 후속대책으로 왕복선보다 규모가 작은 '궤도우주선(Orbital Space Plane)' 을 만들어 2010년부터 활용할 것을 구상하고 있으나 왕복선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현재는 최소한의 우주비행사를 올려보내 정거장 유지보수 작업만이라도 계속 진행하느냐 아니면 체류 승무원을 전원 철수시킨 채 정거장의 궤도이탈을 막는 데 국한하느냐가 당장 선택해야 할 과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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