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활동비와 급여에도 아랑곳없이 교육발전을 위해 힘쓰는 상근자들 대하기가 부끄럽네요. 행여 사욕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섭니다."3년 반 동안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를 이끌어 온 윤지희(尹智熙·43·사진) 전 회장. 1989년 9월 설립된 국내 최대 학부모단체에서 오랜 기간 수장으로 활동한 그는 올 3월이면 회장이 아닌 평범한 학생이 된다.
지난해 말 성공회대학교 비정부단체(NGO) 대학원에 지원, 합격한 그는 "대학원 진학은 여기저기 알릴 일이 아니다"며 인터뷰를 줄곧 사양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짐만 남기고 학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 부담스럽다"는 속사정 때문이다. 20일 박경양(46) 신임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그는 현재 학부모회의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회장 재임시 중학교·유치원 무상교육, 학교 운영위원회 정착 등의 주장이 교육정책에 반영되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가 남몰래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것은 재임 기간동안 쌓은 활동경험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교육운동에 노력했던 만큼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문화 개선과 학벌타파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79년 숙명여대 경제학과에 입학, 학생운동에 연루돼 11년만에 학부를 졸업한 경력이 있는 그는 "뒤늦게 공부하는 만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고교와 중학교에 재학중인 두 딸이 있는 그는 대학원 진학 후 '아이들에게도 대학진학을 강요하기 보다는 평생 교육의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고민이 앞선다. "공부 때문에 업무를 소홀할 수도 있겠지만 '학부모회 때문에 어디 공부 제대로 하겠느냐'는 주위의 우려가 더 많아요.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앞으로도 학부모회와 직간접으로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으리라는 얘기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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