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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盧-野 삼각관계 해결/ 문희상 "조조役"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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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盧-野 삼각관계 해결/ 문희상 "조조役" 해낼까

입력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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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과연 자신의 별명처럼, 대북 비밀 지원 사건의 정치적 해결을 이끌어 내는 '조조(曹操)'가 될 수 있을까. 문 내정자가 이번 사건을 두고 신·구 권력과 야당이 형성한 3각 관계의 핵심에 서게 되자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물음이다. 그가 이번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고, 노무현 당선자측의 '정치적 해결론'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현 정부와 야당 모두에 두루 연(緣)을 맺고 있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문 실장은 사실 대북 비밀 지원 사건을 정치쟁점화한 당사자이다. 지난 달 15일 "청와대는 4,000억원 의혹의 실체를 알고 있을 것이므로 고백할 것이 있으면 고백하고 대국민 선언을 할 것이 있으면 선언하는 식으로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발언이 모든 파문의 시작이었다. 그는 "공개할 수 없는 통치행위가 있었다면 덮고 넘어가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까지 했었다. 당시에만 해도 '말이 많아 탈도 많은' 문 내정자의 실수로 여겼던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그 발언 자체가 문 내정자의 고도의 정치적 언론플레이였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두어진다.

파문이 확대되면서 문 내정자는 노 당선자측의 대응을 주도하는 입장이 됐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법처리 부적절' 발언에 대해 당선자 진영 안에서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자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와 협의해 서둘러 '정치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철저한 검찰 수사와 엄정한 사법처리라는 노 당선자의 기존 입장을 180도로 튼 셈이다.

문 내정자는 자신의 정치적 해결 구상을 관철하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원내총무간 주례 회동 등 새로운 대야 대화 방식까지 모색중이다.

문 내정자의 이런 전방위 접근은 그의 정치적 뿌리가 야당, 동교동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이다. 그는 동교동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선대가 물려준 가산을 거의 '날렸을' 정도로 DJ와 정치, 인간적으로 깊은 연을 맺고 있다. 현 정부와 새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다. 한나라당 안에도 지인들이 적지 않아 대야 조정역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문 내정자가 정치형 비서실장으로서 첫 숙제를 어떻게 처리해 낼지 주목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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