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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비밀지원/ "판도라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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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비밀지원/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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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 지원사건의 베일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현정부와 현대가 햇볕정책을 매개로 단순한 밀월관계를 넘어서 모종의 커넥션을 형성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사실 현정부 출범 초기부터 현대의 기아차 인수, 금강산 독점개발, '현대를 위한 거래'라 불렸던 반도체 빅딜 등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정부와 현대가 '공동운명체'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었다. 이어 2000년 3월과 6월 1,2차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현대가 분열될 때 정부가 대북사업을 주도한 정몽헌(鄭夢憲 ·MH) 현대아산 회장을 측면 지원했고, 2,235억원이 북한에 전달된 시점을 전후해 현대에 천문학적인 유동성지원이 이뤄졌다. 따라서 정부·현대 커넥션은 그 안에 엄청난 특혜, 대북사업을 담보로 한 이면거래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판도라 상자'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H 중심 후계구도, 정주영과 정부의 합작품?

2000년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MH가 그룹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된 데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월초 정몽구(鄭夢九·MK) 현대차 회장과 MH간 경영권 다툼(1차 왕자의 난)이 본격화하자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은 3월말 'MH 단일회장 체제'를 지시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서둘러 MH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정부의 압박작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차 왕자의 난 이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현대는 5월31일 '정주영·MK·MH 3부자 동반 퇴진'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그룹 지배권을 대폭 넘겨받았던 MH는 대북사업을 명목(현대아산 이사직 유지)으로 경영에 관여할 수 있었다. 당시 현대 구조조정에 참여했던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실 정부로서도 MK보다 MH가 지배권을 장악하는 게 대북사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유동성 지원

1999년 대우를 시장원리에 따라 붕괴시켰던 정부는 2000년 현대의 위기가 닥치자 "국가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 대우 몰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닥칠 것이다"며 각종 무리수를 동원해 현대 지원에 나섰다.

대표적인 지원은 2001년 초 현대건설에 대해 이뤄진 출자전환(1조4,000억원)과 유상증자(1조5,000억원). 채권단 지원이 이뤄지기 전인 2000년 11월에도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MK 등을 직접 만나 MH계열인 현대건설 지원을 요청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001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만기도래 회사채의 80% 산업은행 매입)'는 현대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제도의 혜택을 본 6개사 중 4개사가 현대건설·상선·전자·유화 등 현대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이밖에 현대전자의 후신인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지금까지도 채권단 지원을 받는 처지로 남아있다.

현대 지원에 미온적이었던 관료들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용근(李容根)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가 각각 2000년 8월과 4월에 임기를 1년도 못 채운 채 경질된 것도 현대 지원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초기부터 시작된 현대 특혜

현정부가 집권한 1998년 12월 현대는 기아차를 인수했고, 이듬해 7월엔 LG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반도체 빅딜을 이뤘다. 그러나 결국 대북사업을 고리로 한 정부의 '현대 밀어주기'는 계열사들의 부실을 유발, 정권 초기 눈에 띄게 승승장구했던 현대를 와해위기까지 몰고 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현대도 못 살리고, 시장자율의 원칙과 정부 구조조정 정책에도 상처를 남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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