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통제 하에서 중국 언론은 인민을 동원하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선전하는 중요한 수단 역할을 한다. 신문과 TV, 잡지는 지금까지 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보창구 역할을 해왔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머릿기사는 당의 정치적 입장과 정책방향을 반영한다. 중국 독자들은 관영언론에 보도되는 기사의 행간을 파악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지도자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순서, 사진과 이름의 위치 등을 통해 지도부의 서열 변화를 감지해낸다.비관영 언론과 인터넷 부상
개혁 개방이 심화하면서 중국 언론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첫째,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비관영 언론이 등장했다. 비관영 언론은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편집권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사를 다룬다. 남방주말(南方周末) 등 주간지는 사회·문화면 기사의 비중을 높이고 비판적 색채가 가미된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둘째, 언론의 시장화에 따라 언론사는 재정을 점차 광고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언론의 상업광고 게재는 1979년 국영 상하이(上海) TV와 인민일보에서 처음 등장했다. 언론에 광고게재가 허용되자 광고수입을 의식한 언론사는 수요자의 반응에 민감해졌다. 관영언론 역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소재를 발굴해 신문의 상품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도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던 데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아닌 한 비판적인 해설기사도 싣고 있다.
셋째, 언론이 공산당의 검열을 받는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인식함에 따라 기존 언론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의 확산은 신문이 제공하는 정보의 한계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활용되고 있다. 2003년 1월 중국 인터넷 정보센터 발표에 의하면 중국 네티즌 중 정보획득을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은 50%에 달해 매우 높았다. 중국에서 인터넷은 국내 신문 및 방송에서 보도가 금지된 정보를 해외에 알리는 매체인 동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해외의 정보를 수입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 노력
정보매체로서 인터넷이 부상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인터넷 통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됐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는 파룬궁(法輪功)이 정치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파룬궁이 99년 7월 불법 사교조직으로 규정된 이후에도 인터넷을 통해 비밀리에 조직을 확산, 관리하자 크게 긴장했다. 인터넷에 의한 정보유통이 내부통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내의 파룬궁 관련 사이트들을 즉각 삭제하고, 해외에서 운영되는 파룬궁 사이트에 대해서는 접속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99년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인터넷 사용자 수는 정치적 위험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를 강화시켰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99년 7월 400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 1월 890만 명, 2001년 1월 2,250만 명, 2002년 1월 3,370만 명, 2003년 1월 5,910만 명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계속했다.
중국 정부는 법적·기술적 규제를 통해 세 가지 수준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첫째, 국제적으로는 모든 인터넷 접속 창구를 국영 차이나 텔레콤으로 일원화했다. 둘째, 국내적으로는 4개 국영 통신회사에게만 인터넷 연결 네트워크를 허가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국무원 산하 공안부에 인터넷 상의 정보흐름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다층적 감시를 통해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민감한 웹사이트 원천적 차단
기술적 차원의 인터넷 통제방법으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웹 사이트(해외뉴스, 인권단체 등)의 차단, 채팅 룸 모니터링, 인터넷 카페(PC방) 단속, 선별적인 체포와 단속 등이 실시된다.
웹 사이트 차단은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중국 정부는 96년 9월부터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중국정부는 정신오염을 이유로 전세계 1만 여 개의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봉쇄하고 있다. 금지 사이트 명단에는 뉴욕 타임스, CNN, 플레이보이, 대만의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2001년 9월 미국 주요 미디어 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미국의 소리(VOA)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인권단체 사이트는 여전히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차단을 해제한 사이트라 할지라도 파룬궁, 대만독립, 티베트 독립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검색어를 넣으면 접속이 되지 않는다. 야후(Yahoo)나 구글(Google) 등 검색엔진에서도 이런 검색어는 검색이 안되거나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다.
채팅방과 온라인 콘텐츠 모니터링은 공안부가 주로 담당한다. 국무원은 2001년 3월말 전국의 모든 인터넷 카페에 특수한 감시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채팅방 운영자에게는 '빅 마마스(Big Mamas)'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게시판에서 공격적인 내용을 검색, 재빨리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2001년 3월 장시(江西)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의 진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가 즉시 삭제된 것은 이러한 감시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진 뉴미디어 정책
인터넷 카페는 PC를 가질 형편이 못 되는 중국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주요 통로 구실을 한다. 중국 인터넷 사용자의 약 20%가 접속장소로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카페가 파룬궁의 조직 유지와 조직 내 정보전달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인터넷 카페 화재 사건은 인터넷 카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당국은 불법 인터넷 카페 단속을 명분으로 베이징 지역 인터넷 카페에 전면 휴업령을 내린 데 이어 전국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관련 범죄를 엄단함으로써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98년 1월 상하이(上海)의 한 소프트웨어 사업가는 중국인 e메일 주소 3만개를 미국의 친민주적 온라인 잡지에 넘겨준 혐의로 2년 징역형을 받았다. '국가전복 선동'이 그 죄명이었다.
중국 정부에 인터넷 통제는 일종의 딜레마다. 인터넷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을 통한 자유주의 이념 확산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정부 선전기능과 상업화, 인터넷의 경제적 효과와 자유로운 정보교류 사이에서 각각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국 정부가 당면한 과제다.
이 민 자(李民子)서울디지털대 중국학부 교수
■차이나 핸드북
지난해 중국에서는 공안당국과 언론간에 이례적인 '전쟁'이 벌어졌다. 신문과 TV, 라디오, 인터넷이 한편이 돼 공안당국을 이겨낸 이 전쟁은 '음란CD 사건'으로 불린다.
사건은 지난해 8월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한 부부가 집안에서 음란CD를 보던 중 들이닥친 공안에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음란물 매매는 범법행위라는 것이 공안의 체포 사유였다. 공안은 이 부부의 음란물 관람 사실을 인지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사건이 알려지자 언론은 일제히 공안의 사생활 침해 행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부부가 보는 것까지 단속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주장이었다. 비난이 커지자 공안은 엉뚱하게 이 부부가 공무수행을 방해했다며 다른 혐의를 씌워 구속했다. 이에 언론의 비난은 더욱 커졌다. 관망하던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안의 부당한 법 집행 관행 타파를 외치며 비난대열에 합류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31일 시안 공안당국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문책,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으로 막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홍콩 언론은 중국 언론이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맞서 인권을 지켰다며 '중국판 드레퓌스'사건으로 칭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에밀 졸라를 비롯한 지식인과 언론이 1894년 간첩누명을 쓰고 유죄판결을 받은 유대인 출신 프랑스 육군대위 드레퓌스의 구명에 거국적으로 나섰던 일.
음란CD 사건은 중국에서도 언론이 일정부분 권력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공안 등 사법제도의 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언론의 승리에 힘을 보탰을 것으로 추측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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