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비밀송금이 초법적 통치행위인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입장과 달리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는 듯 했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대변인을 통해 송금의 진상규명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통치행위의 정당성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따지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법조계와 학계에서 나오는 여러 견해는 그대로 활발하게 개진해 갈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이 사안은 문제화의 발단과 전개 과정이 법조문 사이를 오가는 논의를 공허하게 할 만큼 부적절하고 자의적인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에 법조문 이전의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
우선 대북송금 전후에 사기업이 핵심적으로 개재돼 있고, 이것이 한 기업의 사업관계로 직결돼 있다는 점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라는 주장에 누를 남기고 있다. 과거 7·4 남북공동성명 과정의 통치행위와는 전혀 다른 행위들이 서로 모호하게 얽혀 있는 것이 이번의 경우이다. 논란의 와중에 정작 현대상선측은 대북송금을 경협사업 상의 결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작금에 극도의 권위적 개념인 통치행위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 자체도 시대적 국민감정과 개방적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다. 당시 대통령과 관련 당사자들이 북한에 돈을 보내면서 위법 여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면 그 것은 애국적 통치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초월적 존재로 착각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 국민적 합의의 결과는 아니었다. 또 비밀 거래 방식을 동원한 정책실행이 현재 한반도의 핵 위기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은 비밀 송금에 어떤 이익이 있었던 것인지를 되묻고 있다. 대북 송금이 통치행위 논의에 걸맞은 것인지부터 의구심이 없지 않다. 진상규명이 선입견을 앞세운 것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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