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의원을 단장으로 한 방미 사절단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그야말로 '5년간의 미국여행'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미국은 상중(喪中)이다. 컬럼비아호 폭발사고로 7명의 우주 비행사들이 희생됐다. 미국인들에게 우주항공개발은 그들의 우월성을 자부하는 분야여서 사고의 충격이 한국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클 것이다. 타이밍이 썩 좋은 것은 아니나, 북핵사태가 현안이니 한국의 방미사절단이 미국에는 중요한 손님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에서 이긴 지 불과 40여일 지났다. 그러나 북핵사태 때문에 그는 현직 대통령 이상으로 남북문제, 한미문제, 북미문제의 중심적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그의 과거 성향과 발언이 미국의 정책결정 그룹과 여론형성층에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어왔다. 사절단의 역할은 아마 '노무현'과 그의 '대북화해정책' 세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은 한미간에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더구나 대북특사 실패로 대미관계에서도 한국의 입지는 답답해졌다.
■ 취임도 하기 전에 노무현 당선자의 대북협상 카드는 모두 공개되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동원 특사 파견이 실패한 것도 북한에 줄 것이 바닥났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특사와 동행한 이종석 인수위원도 머쓱한 대접을 받고 돌아온 셈이다. 북한정권은 벼랑 끝 전술을 비롯한 생존의 협상술을 발휘해서 냉전 이후의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바꿔 해석하면 북한은 남한을 다룰 노하우도 알고, 그런 맥락에서 남한을 무시할 줄도 안다.
■ 최근 북한이 방송과 통신을 통해 쏟아내는 성명을 보면 이제 한국정치에 적극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들은 현대상선 2,235억원 대북송금 정치논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햇볕정책을 처음 시작한 김대중 정부는 경제지원 등 쓸 카드가 많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그런 카드가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반미감정에 직면한 미국은 더욱 한국을 의심하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우발적 한반도 전략을 구상할 것이다. 북미간의 중재역을 자임했던 노무현 정부의 북핵 정책은 자칫 '샌드위치'가 될 위험에 있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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