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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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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지?

입력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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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사라진 악녀들, 아침에 다시 깨어난다.언제부턴가 저녁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모두 착해졌다. '태양속으로'(SBS), '맹가네 전성시대'(MBC), '눈사람'(MBC), '아내'(KBS2), '저 푸른 초원 위에' (KBS2) 등 인기 드라마에서 악인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콩쥐팥쥐'식 선악구도에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적당히 비벼놓은 '못된 여자 죽이기'식 트렌디 드라마가 판을 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대신 요즘 드라마는 주로 명랑, 쾌활. 대부분 감초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이 얄밉지만 귀엽다. '맹가네 전성시대'에는 의사 동생 유정재(류수영)가 대학도 못 나온 헤어 디자이너 맹은자(최강희)와 사귀는 데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붙는 유정화(김혜선)가 등장한다. 대학 총장집 딸인데다 혼자 도도한 척, 사소한 일까지 주위사람을 부려 먹으려 하지만, '조연은 사람도 아니냐구, 왜 맨날 주연들만 먼저 찍어'라고 투덜대는 만년 조연 탤런트라는 설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저 푸른 초원 위에'의 옥희(김자옥)는 철없는 엄마. 14년 전 남편이 죽자 큰 아들 태웅(최수종)에게 어린 남매를 맡겨 두고 떠났다가 어느날 느닷없이 여덟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돌아온다. "암에 걸렸다"고 속여 아들에게 붙어 살며, "자식들 볼 면목 없다"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빠진 이는 못 해 넣어도 금반지는 사서 끼는 귀여운 아줌마.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 의 아리영(장서희) 역시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찬 악녀에서 시댁에 들어가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하는 착한 며느리로 바뀌었다. 요즘 시청자들이 선악 구분이 극명한 인물보다는 선악의 이중성과 장단점을 고루 갖춘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는, 때론 착하고 때론 질투하고 미워하는 복잡한 인물에 더 공감을 가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악녀들이 활개를 친다. 아침 드라마인 MBC '황금마차'와 SBS의 '얼음꽃'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갈수록 더욱 간악해지는 악녀가 등장한다. 황금마차에서 유정(임지은)은 대학시절 연애에 실패해 낳은 아들을 동생에게 떠 넘기고 부자집 남자인 강석(홍학표)과 결혼한다.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임신했다"고 거짓말까지 하지만 들통나기 일보 직전. 얼음꽃의 유세미(이지원) 역시 재벌 아들 태석(장동직)을 잡기 위해 산부인과에서 다른 임산부의 초음파 사진까지 훔치는 등 갖가지 술수를 부리는 악녀.

악녀들이 아침에만 활동하는 원인은 주 시청자층이 주부이기 때문.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저녁 시간대 드라마와 달리 아침드라마는 의외로 심각하고 자극성이 강한 내용과 캐릭터가 통한다는 것. '얼음꽃'의 김영섭 PD는 "주부들에게는 강한 갈등구조의 심플한 선악 대비가 여전히 인기"라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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