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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시니어]은퇴후 벤처기업인 변신 이성낙·박규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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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시니어]은퇴후 벤처기업인 변신 이성낙·박규직씨

입력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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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이란 사회활동에서의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기념식입니다." 이 달 정년퇴직을 앞둔 이성낙(64) 아주대 의대교수와 대기업 전문경영인을 지내다 퇴직한 박규직(64)씨에게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다. 여유로운 노후 대신 변화와 도전이 기다리는 벤처기업인의 길을 선택해 그동안 가슴에만 묻어왔던 꿈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성고 동기동창생인 두 사람이 2000년 설립한 '아주메딕스'는 여드름 전문 화장품을 비롯, 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하는 의료전문 벤처기업. 제품개발을 담당한 이 교수는 연세대 의대 주임교수, 아주대병원 의료원장과 의무부총장을 거친 피부학계의 원로교수이고 경영을 맡은 박 사장은 1997년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을 끝으로 30년간 일해온 현대그룹에서 나온 뒤 (주)한성 대표이사, 경기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두 사람의 전문성과 도전정신이 쌓아 올린 '아주메딕스'는 설립 첫 해부터 흑자를 기록,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은 10명 안팎이지만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벤처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기업내용이 탄탄하다. 첨단기술과 대박의 꿈을 키우는 젊은 벤처인과는 달리, 작은 것에서 출발해 착실하고 견고하게 기업을 키워온 결과다.

독일에서 의대 교수자격을 취득하고 연세대 의대 교수로 들어온 이 교수는 동료교수들이 '대학교수라면 피부암 정도는 치료해야지'라는 식의 명예를 쫓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소한 '여드름'에 한평생 매달려왔다. '피부과 의사는 화장품을 모르면 안 된다'는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오래 전부터 여드름 치료 화장품 개발을 꿈꾸어왔다. 실용주의와 소비자 중심 사고가 그의 벤처정신의 근간이 된 셈이다.

"잘못 늙으면 매사에 심드렁해지는 법이지요"라는 말하는 박 사장의 벤처정신은 젊었을 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은 데서 얻어졌다. '아주메딕스'의 대표 상품인 여드름 전문 화장품 '닥터에슬리'도 이들의 다양한 지식과 호기심, 실용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등산 친구이기도 한 두 사람이 1999년 함께 등산을 하던 중 박 사장이 돌부리에 채여 멍이 든 사고가 계기. 당시 이 교수는 박 사장이 상처 부위에 어성초로 만든 연고를 바르는 것을 보고 약초연구와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한국의 식물과 전통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박 사장의 지식과 이 교수의 전문성이 접합한 것이다.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 해서 이름이 '어성초'인 이 약초는 동의보감에 '염증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교수는 어성초가 염증치료 뿐 아니라 지방을 녹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여드름 전문 화장품으로 개발해냈다. 기존 유명 화장품 회사가 여드름치료 화장품을 개발하지 못했던 것은 화장품에 항생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때문. 어성초를 이용한 '닥터에슬리'는 항생제가 들어간 의약품보다 효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렇게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 아주대 동료교수 등 6명이 주주로 참가해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전문경영인 경험을 가진 박 사장이 사업자 등록에서 사무실 임대, 은행계좌 개설 등까지 발로 뛰었다.

물론 기업확장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젊은 벤처인과는 달리, 일만을 좇지는 않는다. 일 자체를 즐기는 느림보 경영이다. 또 "그동안 우리가 쌓은 이름을 깎아 내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이들의 욕심에 제동을 건다.

끊임없는 제품개발과 수출이 이들이 생각하는 '벤처기업의 명예'이다. 여드름전용 화장품에서 최근 모공관리 화장품, 세계 최초의 식물성 샴푸, 비타민B를 섞은 손등관리 로션에 이르기까지 제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장이 지하철을 타고 갈 정도로 일반 경비 지출에는 인색하지만, 연구개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외국 기술진과 공동연구로 제품을 개발하면 아주대와 산학연계로 제품 성능을 검증하는 식으로 '꿈을 파는 화장품 산업'에서 고집스럽게 과학적 품질 검증을 강조하고 있다.

피부과 의사들과의 메일교환을 통한 제품선전이나 강연회 등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는 '벤처식 마케팅'전략을 채택한 덕분에 광고 한번 하지 않고도 현재 전국 540여개 피부과 병·의원 가운데 400여 곳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기업은 수출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신조에 따라 미국·유럽등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외국 의사들을 상대로 제품 설명회를 갖고 광고를 시작했다. "예순이 넘은 노인들이 수출 얘기를 하면 돈키호테 소리를 듣는다구요? 허황하다는 소리를 듣던 꿈을 실현하는 게 제일 큰 기쁨입니다." '골드벤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두 사람의 미래는 젊은 사람보다 더 밝아보인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 실버창업 성공 십계명

노인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취업. 소득과 삶의 보람을 찾아 취업을 원하는 노인은 늘어나지만,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길은 극히 드물다. 노인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대부분 경비, 간병인, 택배 등 단순 직종이거나 단기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취업대신 창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대국 일본의 경우 50대부터 창업이 활발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노인창업이 붐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러나 노인창업은 젊은 사람들의 창업 이상으로 위험이 크다. 경쟁이 심한 업종을 피해, 혼자서 하기 보다 공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창업연구원이 제시한 '성공적인 실버창업을 위한 십계명'을 소개한다.

돈을 버는 것 뿐 아니라 일 자체가 자신의 능력에 맞고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돈벌기만을 위한 창업이라면 실패하기 쉽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로서 남들이 좋은 인식을 갖는 아이템이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해 대접받기를 바라지 말자. 화려했던 과거 대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 자신이 해 온 일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지역 자원봉사등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동료 친척 가족등 주위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다양한 사람과 만날 기회를 갖는다. 컴퓨터활용, 영업·마케팅방식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수익대비 비용 절감 방법을 연구한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업종은 피하도록 한다.

전 재산을 걸고 하기 보다 보람을 느끼는 정도의 규모로 시작한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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