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대표적인 저축 수단인 적금이나 정기예금의 실질금리가 0%대로 접어들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한 푼도 못 남긴다는 얘기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향해 치닫고 있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게 오히려 손해가 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럴 때는 은행에서 돈을 꾸는 것, 즉 대출의 적기가 된다. 잘만 하면 대출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대출테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용도에 맞는 대출을
같은 대출을 받더라도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요즘과 같은 실질금리 0% 시대의 재테크 지혜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금리의 높고 낮음만 따질 게 아니라 대출의 용도와 목적을 분명히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대출은 형태에 따라 크게 일반대출(주택담보대출, 전문직신용대출 등)과 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로 구분한다.
일반대출은 대출을 한번 상환하고 나면 이를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이 특징. 다시 사용하려면 처음부터 새로 대출신청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신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하다는 게 장점. 이에 비해 한도대출은 금리는 다소 비싸지만 미리 정해진 대출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갚고 쓰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출이 들쭉날쭉한 생활자금 용도라면 마이너스 대출을, 최소한 몇 년은 소요될 장기자금은 일반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카드 현금서비스나 신용대출 등 간단하고 편리한 대출일수록 이자가 비싸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일부러라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출을 고르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자금과 대출할인서비스
금리 면에선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가장 싸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활용할 만하다. 특히 최근엔 아파트값 상승률에 비해 예금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자격이 되는 사람은 일단 정책자금을 대출받아 내 집부터 사고 대출금을 나눠 갚는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에 적합한 정책성 금융상품으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과 '근로자와 서민을 위한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자금대출'이 있다. 생애 최초대출은 처음으로 내 집을 사는 사람에게 최고 7,000만원(주택가격의 70%)까지 연 6%의 금리로, 20년(1년 거치, 19년 원리금 분할 상환) 동안 대출을 해주는 상품. 2001년 5월 23일 이후 분양 계약이 체결된(분양권 전매 포함) 전용면적 85㎡ 이하의 신규분양 주택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지원된다. 이와 함께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고 대출 신청일 현재 6개월 이상 무주택자인 근로자는 최고 6,000만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는 연 6.5%.
주요 은행이 시행중인 대출할인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단골고객이나 맞벌이부부,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대출금리를 할인해주고, 아파트관리비나 공과금 등을 자동이체 하거나 타은행 상품을 갚기 위해 대환대출을 하는 고객에게도 0.1∼ 0.3% 가량 대출금리를 깎아준다.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할인 서비스를 해주는 곳도 있으므로 꼼꼼히 비교해가며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출 때 상환을 고려하라
아무리 싼 이자라고 하더라도 대출은 어디까지나 '빚'이다. 따라서 돈을 빌릴 땐 언제나 '상환'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상환방식을 본인의 소득형태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매월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사람은 분할상환 방식을, 소득이 불확실하거나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사람은 만기일시상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출은행을 중도에 옮길 때에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새로 대출 받을 은행에서는 설정비 등 부대비용을 면제해 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출금을 중도에 상환할 경우에는 상환액의 0.5∼2.0%에 이르는 조기상환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일단 돈을 빌렸으면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갚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매월 대출이자 부담액이 월 수입의 30% 이내가 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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