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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대학 졸업요건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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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대학 졸업요건 "있으나마나"

입력
200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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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생의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실시해온 봉사활동 등 각종 졸업요건제도가 허술하게 관리되고있다. 졸업요건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인 봉사활동을 하거나 각종 편법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대학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형식적인 자원봉사

1990년대 중반부터 각 대학에 도입되기 시작한 '졸업인증제'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외국어능력, 정보통신능력 등은 계량화가 가능한 '인증'항목이지만 성균관대, 동덕여대 등 일부 대학에서 적용하는 인성항목에서 실제성과가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

인성항목의 평가기준은 사회봉사활동 등이지만 자원봉사가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식'으로 흐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문선영(27·여)씨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에는 항상 신청자가 부족하고 사무보조 등 쉬운 일에만 자원봉사자가 몰린다"며 "규정시간만 채우려는 '짠돌이형', 규정시간도 채우지 않고 편의를 봐달라는 '꾀돌이형', 봉사시간과 대상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내맘대로형'까지 대다수 학생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자원봉사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0시간의 자원봉사를 해야 졸업할 수 있는 B대 경영학과 이모(27)씨는 "봉사활동 30시간 중 절반은 15시간을 쳐주는 헌혈 한번으로 때웠다"고 털어놨다.

엉성한 학술발표회·형식적 인턴제도

학술발표회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참가했다는 시늉만 내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졸업을 위해 학술발표를 한 명문 A대 사회학과 이모(28)씨는 "조교 한명만이 학술발표 감독으로 나왔고 교수들은 30분 앉아있다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토익점수가 낮고 인턴으로 일한 적이 없어도 졸업요건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전 사회경험을 넓히기 위해 도입한 인턴제도에도 허점이 많다. A대 사회학과 최모(29)씨는 실제로 인턴활동을 하지도 않고 인터넷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인턴사원으로 일한 것처럼 서류 작성을 부탁해 점수를 땄다.

최씨는 "토익점수가 낮을 때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학술발표회로 대체하지만 이도 귀찮은 경우 상당수 학생들이 인턴기간(3개월)을 거쳤다고 속여 서류를 제출한다"며 "학교도 사실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통과된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을 통해 짜깁기하는 졸업논문 제출관행도 개선되지 않는 등 졸업요건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졸업자격 변칙운용

A대 경영학과는 학칙상 토익 750점 이상, 토플 220점 이상을 넘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넘지 못해도 졸업에는 지장이 없다.

국제어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국제영어능력평가시험'을 통해 졸업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 토익이나 토플 점수가 모자라도 A대의 편입생 전형용인 이 시험에서 55점(100점 만점)만 넘으면 토플 220점 이상을 맞은 것으로 간주, 합격시켜준다. 실제로 최근 25명이 이 시험에 응시했다.

"특정 학생들을 졸업시키기 위해 규정을 무시한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학교측은 "함께 고생했는데 어떻게 졸업기회를 박탈하느냐"며 "학칙에는 없지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응수했다.

대안은 없나

시간 때우기식 자원봉사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봉사시간을 늘리고 '차등점수'로 해결하자는 대안도 제시되고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석렬(李釋烈) 선임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대학생에 비하면 30시간 정도의 봉사시간은 너무 적다"며 "120시간은 A, 80시간은 B, 40시간은 C라는 식으로 차등화하면 자발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흥사단본부의 이영일(李榮一)사업차장은 "학생들이 시민단체의 내부행정을 알고 싶어하더라도 행사 초청장 봉투에 풀칠을 하고 청소를 시키는 등 단순작업 밖에 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민단체와 대학측이 구체적인 봉사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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