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를 '세대 갈등'과 연결시켜 그걸 증폭시키려는 시도가 일부 언론에 의해 적잖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디 자제를 당부한다. 반면 정작 경계해야 할 '세대 갈등' 위험에 대해선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자본의 무한 팽창 욕구와 재벌의 족벌 세습체제로 인한 세대 갈등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1월 18일자 신문들은 일제히 대기업들의 대규모 인사 내용을 분석하면서 기업 임원의 '40대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걸 보도하였다. 예컨대, 삼성의 경우 임원 승진자 평균 연령이 45.9세로 역대 최연소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40대 전성시대'엔 좋게 볼 점도 있겠지만, 그것이 재벌들의 인건비 절감, 강압적인 인사 적체 해소, 재벌 2세 및 3세의 초고속 승진과 그에 따른 전반적인 경영 체제 전환 정책 등과 무관한 것인가 하는 점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2세 및 3세 경영 체제 전환 정책이 문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가 35세의 젊은 나이로 삼성전자의 상무로 승진한 걸 비롯하여 많은 재벌 기업들에서 2세 및 3세들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진에 대거 포진해 들어가고 있다. 전반적인 재벌 후계 구도의 완성을 위해 대대적인 50대 세대의 축출 작업이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건 한국적 현상이며 조직의 위계질서에서 나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역시 한국적 현상이다.
달리 말해, '30∼40대 전성시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볼 점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러한 이면 분석에 치중해야 한다. 일부 언론이 재벌들의 그런 인사 정책마저 대선 후유증으로 덮어 씌우려는 시도를 해선 아니 될 것이다. 행여 '30∼40대 전성시대'를 이번 대선 결과와 연계시켜 5060 세대를 더욱 주눅들게 만드는 동시에 '세대 갈등'을 부추기려 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뭘 모르고 덩달아 그런 음모극에 놀아나는 과오를 범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진짜 세대 갈등은 그런 게 아니다. 50이 넘은 가장들에겐 부양해야 할 10대와 20대의 자녀들이 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먹고 사는 문제다. 전태일은 이미 끝난 역사가 아니다. 최근 50이 넘은 한 노동자가 분신자살로 항거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대기업의 잔인한 노조 탄압에 대해 우리 언론이 기울이는 관심은 너무도 싸늘하다. 왜 사법부는 일방적으로 대기업의 편만 드는 건지, 사법부의 건강성에 대해 기울이는 언론의 관심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자본은 사회를 책임지지 않는다. 오직 자본 논리에만 따를 뿐이다. 언론마저 자본 논리에 지배되어 사회를 외면하는 건 아닌지 엄정한 자기 성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은 1020 세대를 책임져야 할 50대를 자본 논리에 따라 조기 퇴출시키는 것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