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어려움은 같은 장애인이 제일 잘 안다.소아마비 지체장애 1급인 박상준(37) 오수연(36· 여) 부부가 1997년 개설한 서울시 구로동의 '브니엘의 집'에는 26명의 정신지체 뇌성마비 지체 부자유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박씨는 고향 전남 진도에서 상경해 가내 수공업을 하던 중 폐결핵을 앓고 91년 경기 남양주 산속의 사회복지시설에 들어갔다.
박씨는 "당시 산중 생활이 너무 외로웠다"며 "장애인도 사회에서 이웃들과 함께 지내야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복지시설을 세울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후 서울에서 휴대폰 기판 납땜 같은 궂은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95년 교회에서 부인 오씨를 만났다. 97년 3월 2,400만원을 털어 지금의 브니엘의 집 건물 1층 한쪽을 세내 6명의 장애인들과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장애인 시설과는 달리 최대한 밝고 쾌적한 환경을 갖추려 애쓰는 박씨는 얼마전 50평 남짓한 집안을 화사한 연분홍빛 벽지로 새롭게 단장했다. 장애인시설이 동네 분위기를 해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끔 도와주겠다고 찾아온 분들이 '시설환경이 좋아 도울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그냥 돌아가려고 할 때 난감하죠."
"빈곤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내년에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배워 볼 생각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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