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시에서만 하루 212쌍이 결혼할 때 79쌍이 이혼했다는 통계결과가 발표됐다. 이미 '아시아 국가 중 이혼율 1위' 등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발표가 나온 터라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대다수 사람들이 "자식만 아니었으면 벌써 이혼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정말로 자식만 없었다면 이혼했을까? 정말로 그렇다면 자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이혼한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을까?이혼한 사람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아마도 "아이를 아버지(또는 어머니) 없는 자식으로 만들었다"는 자책감일 것이다. 이런 자책감은 자칫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져 자녀를 자율성 없는 나약한 아이, 혹은 그 반대로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로 만들고, 이는 또다시 "저 아이가 저 모양이 된 것은 모두 내 탓"이라는 자책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런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녀의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슈퍼-엄마', '슈퍼-아빠' 신드롬에서 벗어나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짐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또 이혼자 스스로 이혼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녀들도 부모의 이혼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은 이혼을 망설이게 만드는 마지막 보루인 동시에 가장 무거운 짐임에 틀림 없다. 혹자는 자식이 있는데도 이혼한 사람을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혹자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며 격려하기도 한다. 그것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 우리 사회도 이혼한 사람과 그 자녀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최소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때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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