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사과가 정말 맛있는 계절입니다. 향기 가득한 사과 한 입 베어 물면 시고도 단 물이 가득 배어 나오지요.지금이 제철인 사과, 하지만 덜익은 풋사과는 싱그러울망정 맛은 시고 떫습니다. 너무 익은 사과는 과육이 푸석거려 사각이는 맛을 느낄 수가 없지요. 미숙한 사과가 시면서도 향기롭지 않은 것은 사과산과 같은 여러 비휘발성 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떫은 맛은 껍질의 탄닌산이 혀표면의 단백질과 만나면서 자극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과가 익어가면서 세포 가득히 당분이 생기면서 단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특유의 사과향은 미숙한 사과에 있었던 산과 알코올이 결합하여 에스테르(ester)라는 화합물을 만든 결과입니다. 이러한 화학반응은 산소가 부족한 과일의 중심부에서부터 일어나므로 파인애플같이 상대적으로 큰 과일에 향기가 더욱 풍부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이 생기는 것은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단 맛의 과육으로 종자가 퍼지는 것을 도와줄 동물을 유인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스스로의 에너지원이 되기도 합니다.
과일이 너무 익고 나면 푸석거리고 단맛도 신맛도 줄어듭니다. 현미경으로 이런 사과의 과육을 들여다보면 세포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잘 익은 사과는 깨물면서 세포가 치아 사이에서 깨져 세포액이 좋은 맛을 내지만, 과숙한 사과의 세포는 치아 사이로 빠져나와 맛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이랍니다. 오래 두어 그냥 먹기엔 맛이 없는 사과를 사과 시럽이라도 만들려고 끓이면 없어졌던 그 맛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도 같은 이치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화학이나 수학이 어려운 친구들은 문과를 택하고 과학중에서는 생물을 골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과의 색이나 맛, 심지어는 꽃의 색깔이나 향기를 알고자 해도 화학을 알아야 하는데, 화학을 멀리하면서 생물을 택했던 것이 얼마나 무지했던 일인가 싶습니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하필 사과나무 아래에 누워 있다가 발견했을까요. 철학자 스피노자는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 또 왜 하필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을까요. 사과나무에는 이 말고도 종교도 있고, 의학도, 예술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가까이 하라는 것일 겁니다.
겨울밤, 사과 하나 깎아 먹다 너무 비약을 한다 싶기는 하지만 세상에 있는 수십만개의 고등식물 중 하나인 사과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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