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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 <6> 속진이냐,심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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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 <6> 속진이냐,심화냐

입력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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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13세 대학생이 탄생했다. 17세에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친 그는 지금 가상현실분야를 연구한다. 1970년엔 10학년(고1) 학생이 이 대학 수학과에 진학, 올 A를 받아냈다. 그는 후에 심장 전문의로 선회했다. 몇몇 영재들의 '교육 구조(救助)' 요청에 직면한 스탠리 교수가 만든 사건이었다.스탠리 교수는 1971년 수학영재연구 프로젝트(SMPY)를 출범, 본격적으로 4∼8학년 영재 발굴에 나섰다. 자격은 수학이나 언어, 또는 전과목 총점 기준으로 상위 3% 이내.

SMPY는 존스홉킨스대 영재센터(CTY)로 발전, 미 속진교육의 진원지가 됐다. CTY는 매일 6시간 이상, 3주간 여름학교를 열어 대학의 한 학기 과목을 떼며,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교육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들불처럼 번졌다. 듀크대, 노스웨스턴대, 덴버대 등에 CTY와 취지를 함께 하는 영재센터가 설립됐고 현재 19개 주에 걸쳐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학부모들의 압력으로 미 고등학교에 AP(대학 학점을 미리 따는 제도)가 널리 보급된 것도 CTY의 영향이다.

이에 대해 "빨리 배운 영재들이 세상을 바꾸었는가"라고 반문한 것이 코넷티컷대의 렌줄리 교수다. 중요한 것은 수석합격자나 최연소 졸업자가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영재라는 것이다.

그는 영재의 범위를 상위 15%로 폭넓게 보면서 각자의 적성분야를 찾는 데에 주력한다. 지적 생산을 강조한 그의 3부 심화학습 모델은 연구수업, 과학프로젝트경연 등으로 구현되고 있다.

두 흐름은 일부 대치되지만 정답은 역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박사는 "학습능력을 갖추지 않은 창의적 영재는 있을 수 없으며, 속진교육과 심화학습은 상보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속진에만 매달리고, 영재교육이라면 어려운 것을 잔뜩 가르치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 현실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박사는 "책을 많이 읽고, 악기도 연주하며, 클럽활동을 즐기던 영재와, 수학책만 파고든 영재가 사회에서 똑같이 성공하겠는가"라며 "평균적 지식을 외면한 채 특정 영역만 깊이 파는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속진의 위험성은 어린 나이에 월반한 학생의 상당수가 낙오한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수학을 아무리 잘해도 일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영재는 대학 적응이 어렵고, 그렇다고 정규 학교로 돌아가지도 못해 자칫 인생을 망칠 수 있다. 스탠리, 렌줄리 교수조차 "영재 특성에 따라 교육방법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존스홉킨스대 영재센터 설립자 줄리안 스탠리

존스홉킨스대 영재센터(CTY) 설립자인 줄리안 스탠리 명예교수는 1960년대부터 수학 영재를 키워낸 미 영재교육의 대부다. 그는 수학적 언어적 추론능력이 뛰어난 영재를 발굴, 압축된 속진 교육으로 '어린 박사들'을 배출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만난 그는 "능력에 따라 달리 교육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수학영재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관된 특징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수학적 추론능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들이 있다. 언어적 추론능력과도 다르다. 이들에게 수학 대신 언어를 공부하라고 할 수는 없다."

―분야별 영재가 따로 있다는 뜻인가.

"영재라면 모든 분야를 어느 정도는 잘 한다. 그러나 특히 월등한 분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학능력에 대한 성별 차이는 있나.

"수학에 극히 뛰어난 그룹을 보면 남녀 비율이 4∼5대 1로 성별 차이를 보인다(물리학 시험 만점자 조사에선 남녀 비율이 43대 1이나 된다). 1970년대 이 비율은 13대 1이었다. 격차가 감소하는 것을 보면 성 역할 교육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여학생은 남에게 봉사하거나, 생물·심리학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고, 남학생은 경쟁 자체와, 수학·물리를 좋아하는데 이런 차이도 작용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남녀의 수학능력이 똑같다고 확인될지는 알 수 없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이 최대의 능력을 계발하는 길인가.

"빨리 졸업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뛰어난 아이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야지, 아는 것만 가르쳐선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속진교육에 비판이 있지만 크게 상관 않는다. 단 16세 이전에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서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별도의 영재학교가 영재 육성에 효율적인가.

"물론이다. 학생 수준이 들쭉날쭉한 일반 학급에서 영재를 어떻게 잘 교육하겠나. 교사들은 학생 수준이 비슷할 때 집중적으로 더 잘 가르친다. 영재들도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이면 일탈하거나 위축되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클 수 있다."

―평등 교육을 강조하며 영재교육을 엘리트주의로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사람이 같지 않은데 어떻게 똑같은 교육을 받나. 인도의 부모들은 '누구나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노력해도 안 되는 아이가 있다.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뽑아보면 그들 사이에서 또 능력 차이가 난다. 우리는 그들을 각각 다르게 가르친다.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교육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사람의 키를 늘리거나 잘라 침대에 맞춘 그리스 신화 이야기)와 같다."

/볼티모어=김희원기자

★美국립영재연구소 소장 조지프 렌줄리

조지프 렌줄리(코네티컷대 교수) 미 국립영재연구소 소장이 1970년대 영재성의 세 고리 개념(평균 이상의 지능, 창의성, 과제집착력)과 3단계 심화학습 모델을 제시하자 그는 논문게재나 강연을 거절당할 정도로 외면당했다. 지금은 직함이 말하듯 그의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진다. 그는 영재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는 심화학습을 영재교육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능력과 창의적인 능력은 별개인가.

"학습 영재성은 습득한 지식과 전략을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반면 배운 지식을 변형하고, 문제를 스스로 창출해, 산출물을 내는 능력이 따로 있다. 창의적 영재성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사소하게 출발할 수 있지만 사회에 널리 파급되는 변화를 낳는다는 점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심화학습이 영재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나.

"출발점은 학습자가 모두 독특하다는 것이다. 각자의 능력, 흥미, 선호하는 학습 방식이 다르며 이에 따라 적절한 학습과제가 고안돼야 한다. 학습과정은 영재의 인지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흥미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영재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현실적 문제를 다룬다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 흥미와 창의성은 상호작용한다."

―영재교육의 쟁점은 무엇인가.

"영재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불필요하다는 일반 대중과 정책입안자의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 쟁점 중 하나다. 교육제도에 대해선 너무나 요구가 많고 다양해 흔히 "영재들은 놔두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조차 자기 자녀는 사립학교에 보낸다. 일반 학급에서 영재를 충분히 교육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넌센스다.

또 속진교육, 일반 학급에서의 심화학습, 영재반 구성 등 많은 영재교육방법 중 하나의 '올바른' 방식이 있다는 생각도 논란거리다. 연속적인 프로그램들 속에서 개개인의 특성과 흥미에 따라 개별적인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인터넷 혁명이 영재교육에 끼친 영향은.

"인터넷은 전통적 지식의 관문(교사와 교과서)을 넘어 과학, 문학, 예술, 이 밖의 창의적 성과물에 접근하게끔 한다. 실제로 학생들의 생산물 수준이 더 높아졌다."

―최근의 연구중인 관심사는.

"영재성의 바탕이 되는 요소를 측정하고 계발하고자 한다. 사실상 영재성을 낳는 성격과 환경적 요소는 많다. 예컨대 낙관주의, 용기, 변화에 대한 감지력, 카리스마,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 연구분야를 사랑하는 능력 등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넬슨 만델라,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레이첼 카슨처럼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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