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 대북 비밀지원 사건과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제 도입은 물론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이며 대대적 공세를 폈다. 도덕성 위기에 직면한 현 정권을 강하게 몰아쳐 대선 이후 여권에 빼앗겼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고, 보혁 대립 등 당내 혼란 상황도 추스르겠다는 의도다. 이날 '정치적 해결'을 주문한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한나라당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방침이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지 않은데다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정권과의 관계 때문에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따라서 결국은 특검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태도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범죄적 수법'의 규명을 위한 특검제 필요성을 거론한 것도 이를 위한 자락 깔기의 성격이 짙다. 그는 "계좌추적권도 없고, 증인을 강제로 구인할 수단도 없는 국정조사로 어떻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느냐"며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경우 방법은 특검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으로 떠난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특검제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 대행은 이어 "이 문제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자신이 관련된 의혹에 스스로 면죄부를 줄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하며, 대통령도 불법을 저지르면 탄핵 대상이 된다"는 언급도 뒤따랐다. 서 대표는 "진실이 드러나면 대통령이 퇴진을 포함,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공세 수위가 극한까지 치닫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서도 '결단'을 촉구했다. 박 대행은 "노 당선자는 이 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언급을 한 만큼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해 김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끼인 노 당선자를 압박했다.
이런 와중에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특검은 국정조사나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됐을 경우 요구하는 것"이라며 "3일 국정조사 발동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총무회담을 여당에 제의할 것"이라고 국정조사 조기실시에 무게를 실어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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