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인 1일 저녁, 손에 땀을 쥐고 제 9회차 로또 공개추첨을 지켜본 사람들이 많았지만, 유감스럽게도(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행스럽게도) 1등 당첨자는 없었다. 그래도 2등당첨자가 받는 돈이 7억원이 넘는다. 8일 실시될 추첨에서는 1등 당첨액이 500억원에 달할 것 같다고 한다. 사상 최고의 대박이 터지는 것이다.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들도 시쳇말로 박이 터질 만큼 늘어나게 됐다.■ 행운의 여섯 숫자를 맞힐 가능성은 800만 대 1도 넘는다니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복권 구입자들에게는 당첨이 되거나 안되거나 둘 중 한가지이므로 확률은 50%인 셈이다. 그래서 설을 앞두고 200억원이 넘는 당첨금을 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로또복권을 샀고, 명절선물로 복권을 준 사람들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복권분석사라는 직업이 자리를 잡은 모양인데, 복권열기가 중국 못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담가가 늘어나고 로또서적이 잘 팔린다. 당첨만 되면 하루 아침에 인생이 역전되기 때문일 것이다.
■ 몇 년 전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복권당첨자들의 삶을 추적, 보도한 일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가정불화, 이혼, 생활파탄을 겪었다. 한 당첨자는 아내와 이혼하고 살림도 거덜난 끝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청소원으로 전락했다. 국내에서도 2억여원의 복권에 당첨된 어부가 1년도 못 돼서 분배다툼 끝에 살인사건을 빚은 일이 있다. 영국영화 '웨이킹 네드'(원제 Waking Ned Devine)는 복권에 당첨됐지만 숨진 노인 행세를 하는 사람과 이 사기극에 가담하는 주민들을 통해 일확천금을 좇는 인간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 주민 600여명인 텍사스주의 한 목화마을은 43명이 공동으로 복권을 구입해 그 중 하나가 4,700만달러짜리 대형복권에 당첨되자 골고루 돈을 나눠 가졌다. 1년 뒤 방송사취재진이 찾아간 마을은 여전히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해피 엔딩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다. 일확천금한 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 갖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갑작스럽게 돈벼락을 맞으면 사람이 변하게 된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당첨 후의 인생이 정말로 좋게 역전되도록 하기는 더욱 어렵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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