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지원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직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게시판에 '현대상선의 대북송금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공작의 일환'이라는 내용의 글을 유포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글의 작성자는 1993년 국정원에 들어와 현 정부 출범후인 2000년 10월 사직한 뒤 미국에 체류중인 김모씨로 2일 확인됐다. 이에 대해 글에 거명된 인사들은 김씨의 배후를 언급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 전망이다.'김기환'이라는 가명을 쓴 김씨는 지난달 30일 시민단체인 부패추방시민연합과 인터넷 언론인 '독립신문'에 '양심선언'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김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할 목적으로 국정원을 동원해 해외공작을 진행하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2조원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했다"며 관련인들의 직책과 실명을 거론했다. 그는 특히 김 대통령의 측근인 청와대의 김모 실장을 핵심 인사라고 지목했다.
그는 "이종찬 국정원장이 98년 김 실장을 대외협력보좌관에 임명해 노벨상 공작을 진행했다"며 "김 실장과 역시 특채직원인 조모씨가 함께 국정원 직원을 지휘해 노벨상 관계자의 방한을 주선하고, 노르웨이 및 남아프리카 공화국 홍보관 신설 등 해외 홍보계획을 책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의 준비접촉도 전면에 박지원 실장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김 실장이 김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씨와 만나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대상선 대북 비밀지원에 대해 "1,000만원권 수표로 국정원에 넘겨졌고 국정원은 주로 외교행낭을 이용해 독일, 프랑스 등 6개 지부를 통해 해외로 빼돌린 뒤 유로화로 북에 전달했다"면서 "북한이 외화결제수단을 유로화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글이 시민단체 홈페이지 등에 나돌자 거론된 국정원 관련 인사들은 한결같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김 실장은 인터넷에 유포된 글에 대해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로 지목된 또다른 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명예훼손 고소를 포함해서 가능한 법적인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모씨도 "글을 띄운 김씨는 반DJ 성향으로 유명하며 매우 성격이 불안정한 인물"이라면서 "대선 열흘 전에도 입국해 한나라당측 인사와 양심선언을 공모했다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재직시 지식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경력 등만 그럴 듯하게 열거했다"면서 "공작설은 여러 주장을 짜깁기한 것으로, 신뢰성이 있었으면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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