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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근거 인터넷 심야보도→DJ발언→감사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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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근거 인터넷 심야보도→DJ발언→감사원 발표

입력
200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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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치밀히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이뤄진 작품 같다."2억 달러 대북 송금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사람 중 상당수가 내놓은 반응이다. "누군가의 제보에 근거한 인터넷 신문의 심야 보도와 그에 뒤이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발언, 감사원의 발표까지 모든 과정이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극적이고 아귀가 잘 맞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인터넷 신문 보도의 취재원이 정권 핵심부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에서 이런 추측은 더욱 힘을 얻는다.

2억 달러 대북 송금을 처음 보도한 곳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이 매체는 29일 밤11시31분에 이 기사를 올렸다. 당장 누가 이 얘기를 흘렸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과 신건(辛建) 국정원장 두 사람이 발설자로 지목됐다.

박 실장은 29일 저녁 7시께부터 오마이뉴스 기자들과 식사를 함께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심을 받았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는 30일 기자들에게 "어제 박 실장이 오마이뉴스 팀과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같이 식사를 한 뒤 보도됐으니 상식적으로 박 실장이 얘기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신 국정원장이 기사 소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오늘 아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신 원장이 발설자로 보고됐으며 신 원장이 어떤 경위로 이 얘기를 했는지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과 신 원장은 이를 모두 강력히 부인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사를 쓴 기자는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오기 한참 전부터 박 실장과 식사를 하고 있었고, 박 실장은 식사 도중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서야 기사 내용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신 원장은 30일 아침 "나는 4,000억원 지원 의혹 자체에 대해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내가 기사의 소스가 될 수 없고 기사를 내보낸 매체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통령이 30일 오후 전격적으로 '대북 송금 사법 심사 대상 부적절' 입장을 밝히고 나오자 "오마이뉴스 보도 자체가 시나리오에 의한 의도적인 발설에 따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 "어차피 30일 오후 감사원에 의해 현대상선 자금의 북송 사실이 확인, 공개될 것으로 본 정권 핵심부 인사가 충격을 완화시키고 송금 성격을 경협 자금으로 규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흘렸고 청와대도 이를 받아 사법처리 불가를 못박고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설 연휴기간 시간을 벌려는 의도"라는 설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4,000억원 부분의 책임을 특정인에게 전가하고 DJ퇴임 이후 보신(保身)하기 위한 핵심부 인사의 고도의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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