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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요란한 수사에 맥빠진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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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요란한 수사에 맥빠진 결론

입력
200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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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지검의 사건처리는 이런 말로밖에는 평가할 수가 없을 것 같다.지난해 5월 김대업씨가 제기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사건에 대해 서울지검은 30일 특수부에서 수사해 온 고소·고발 사건 등 13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근거 없음' 결론을 내렸다. 형사부에 배당된 나머지 6건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면, 9개월간 온 나라를 뒤흔든 23개의 병풍사건은 없었던 일이 돼버린 셈이다.

특수부 검사 7명을 비롯해 정예 수사관 30여명이 매달려 온 이 사건으로 사법처리가 된 사람은 며칠 전 구속된 김대업씨가 유일하다. 그것도 사건 본줄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사건 전개 과정에서 상대측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태산을 움직일 듯 요란하더니, 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속담과 다를 바가 무언가.

1997년 대선 때도 큰 이슈가 되었던 이 사건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똑같은 이유로 불거졌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20년 가까이 묵은 사건을 들고나온 배경에 정치인들이 있었던 사실도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고소·고발이라는 이유로 수용한 것도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어느 쪽 눈치도 보지 않고 명쾌하게 수사한다는 인상만 주었다면, 이렇게 냉소적인 분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병역면제 혐의자 측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포기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불러 조사한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지만 당사자들은 아무도 조사를 받지 않았고, 수 많은 관련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러고도 어떻게 근거 없음 결론이 났는지, 그것이 더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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