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바로 이맘때 '악의 축'이라며 북한을 불량국가로 몰아세웠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올해 국정연설이 29일 있었다. 올해도 부시는 '악의 축'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을 뿐 북한을 무법정권으로 역시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의 대북강경기조가 여전함을 확인한 이상 우리는 앞으로의 사태추이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물론 이번 국정연설은 그 초점이 이라크의 무장해제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작년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부시는 "북한정권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포를 조성,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 같은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지역 내 이해당사국과 협력해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 자락 깔기는 했지만, "핵무기 개발에는 고립, 경제적 침체, 고난만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군사작전까지는 시사하지 않았지만 경제제재를 염두에 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부시가 국정연설을 하는 시각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보낸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다. 그리고 북한은 핵 문제는 미북간 대화로만 풀 수 있다고 강변했다. 특사수용을 수락해 놓고 만나주지 않았으니 그들이 말하는 '민족공조' 차원이나 국제관례에 비추어서도 모욕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특사단에는 노무현 당선자가 보낸 이종석 인수위원이 동행했다. 사실상 특사의 인수인계를 평양에 알리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만남을 회피한 것은 정부가 강조해 온 북미협상의 중재역할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남북문제가 얼마나 풀기가 지난하며, 김정일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인물인가를 새삼 일깨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