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 수액을 사용하는 칠공예품은 동양의 특산물이었다. 칠공예는 BC 5세기 이전부터 동북·동남아에 널리 보급되어 식기와 제기, 불상, 건축 등에 애용되었다. 미려하고 견고한 칠공예는 근래 선박과 자동차, 항공기로 쓰임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 칠기는 세계 골동품 경매에서 인기가 높다. 일본인은 칠기 사용을 일상화하고 있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그릇을 입에 대고 먹는 식습관이 칠기의 발전을 가져온 셈이다. 금속식기는 뜨거우니까 기피하고 목기를 애용하는데, 입술에 닿는 목기의 촉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옻칠을 한다.■ 경주 호우총에서 발견된 목심칠가면(木心漆假面) 등이 고대 우리 칠기의 화려함을 말해주지만, 한국 칠기는 근래 많이 침체돼 있다. 최근 50대 칠예인 두 명이 의욕적으로 칠기 부흥을 모색하고 있어 반갑고 주목된다. 이석구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채화칠기 작품발표전을 가졌다. 전통적 디자인과 색채를 변주시켜 산뜻하고 감각적 느낌을 주는 이층장과 문갑, 보석함 등이 출품되었다. 작품전 개막식에는 특히 유럽의 주한 외교관들이 많이 참석해 감탄을 연발했다.
■ 유럽 칠공예는 동양을 모방하여 칠 이외의 도료를 사용한 것이 많다. 유럽에서 순수 옻칠이 사용된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회원들과 전통공예전시회를 가졌다. 여러 도시에서 칠기·옹기·매듭·자수 등 우리 전통공예와 전통무용·패션쇼의 인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한다. 나전칠기장인 그는 오는 봄에도 유럽 여러 도시에서 협회전을 갖는다. 그는 전통공예가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 전북 무주군이 전통공예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다. 무주군은 지난해 전통공예대전을 열었고 공예단지도 조성하는 등 의욕에 차 있다. 이칠용씨는 무주군 8개면을 순회하며, 어떻게 전통공예를 산업화할지에 대해 특강도 할 예정이다. 그는 "프랑스 행사에서는 시라크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이 한국전시관을 둘러보고 갔다"고 부러운 듯이 말했다. 우리 문화인들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문화를 소홀히 하는 듯하다고 서운해하고 있다. 무주군도 차기 대통령의 발길을 기다리는 곳 중의 하나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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