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8일 연두 국정연설을 통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강제축출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위한 최종 결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후세인 대통령에게 망명 주선 용의를 밝히는 등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대세는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막바지 외교적 공세 펴는 미국
뉴욕 타임스는 30일 "이라크를 평화적으로 무장해제할 시간이 끝나고 있으며 내주 콜린 파월 장관이 전쟁 승인을 위한 토론을 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엔 안보리에 29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9일 "외교의 창문이 닫히고 있으며 결정할 시간이 빨리 다가오고 있다"며 다른 안보리 국가들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도 이날 무기사찰을 통해 후세인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이라크 봉쇄론 주장을 일축, 전쟁 불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30일과 31일 이탈리아, 영국 총리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이라크에 대한 최종시한 설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다음주 중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은닉과 알 카에다 연계 혐의에 대한 증거를 안보리에 제시, 이라크 전쟁 결의안 승인을 밀어붙인 뒤 다른 이사국들이 반대할 경우 독자적 전쟁 수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동맹국에 이라크에 대한 통일된 입장을 갖도록 마지막 설득을 펴고 있지만 설득 결과에 관계없이 전쟁을 결정할 시간이 단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독일·프랑스와 달리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헝가리 폴란드 덴마크 체코 등 유럽 8개국 정상들은 29일자 더 타임스에 게재한 서한을 통해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유럽이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걸프 지역 병력 증강
미국의 결전 의지는 걸프전 병력 증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9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특수부대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이라크 북부지역에 잠입해 작전 중임을 간접 확인했다.
마이어 합참의장은 이들이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미 언론은 특수군과 CIA 산하 준군사조직인 특수작전그룹(SOG) 요원들이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쿠르드족들과 협력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다른 국방부 관리들은 지난 주 현재 걸프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이 8만 7,000여 명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이라크와 접경한 쿠웨이트에는 약 3만5,000명의 주력군이 개전에 대비해 배치돼 있으며 내달 중순까지는 걸프 지역 주둔군 규모가 1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방부 관리는 "D 데이에 맞춰 전투 태세를 유지하는 데 어떤 문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주 국가수비대와 예비역 1만6,000명을 추가로 동원, 현재 동원된 시간제 근무 병사는 9만5,500명에 달한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후세인 망명주선 용의
이에 앞서 파월 장관은 후세인 대통령과 가족이 이라크를 떠나겠다고 결심만 한다면 망명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파키스탄 외무부 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후세인의 망명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후세인에게 면책권까지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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