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갱단까지 동원해 이혼소송을 낸 아내를 잔인하게 청부 살인한 60대 남성에게 범행 7년 만에 중형이 선고됐다.서울고법 형사6부(박해성·朴海成 부장판사)는 30일 미국에서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 국내로 원정을 보내 아내를 살해하도록 한 홍모(63)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홍씨는 "살인교사 혐의라면 몰라도 살인 공범은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대로 살인죄를 인정하고, 고령인 점을 감안해 1심 형량에서 3년을 감형했다.
국내에서 운수업체를 운영한 재력가였던 H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갱단인 '와칭'(Watching) 파를 찾은 것은 95년. 부인 S(당시 45세) 씨가 H씨의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남편을 탈세혐의로 검찰 등에 고발하는 한편 이혼 및 52억원에 이르는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 직후였다. 아내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H씨는 와칭파의 중국계 미국인 행동대원 '티'(T)에게 사건을 의뢰했으며, 티는 다시 한국내 활동에 지장이 없는 재미교포 김모씨에게 3만달러를 주고 '해결사'로 고용했다.
H씨는 동생을 시켜 국내로 잠입한 김씨에게 활동비와 승용차, 부인 사진을 건네줬다. 또 불안감에 외출을 꺼리던 부인이 법원에서 이혼공판이 있는 날에는 변론을 위해 외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줘 '범행시간'까지 지정해 줬다. 김씨는 H씨가 알려준 대로 96년 2월 법정출두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는 S씨를 칼로 난자해 살해했다.
자신의 운수회사 노조위원장을 시켜 차량으로 아내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는 H씨는 끝내 목적은 달성했지만 완전 범죄를 이루는데는 실패했다. 김씨는 S씨 살해 현장에서 용감한 시민에게 붙잡혔고, 96년 항소심 끝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또 H씨의 동생과 노조위원장도 같은 해 각각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H씨는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범행후 6년이 지난 지난해야 인터폴에 검거돼 한국으로 인도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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