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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달러 北 송금/청와대 시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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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달러 北 송금/청와대 시인 파문

입력
200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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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0일 "현대상선 2억 달러의 대북송금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대목은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논거대로 남북 경협 자금이 수사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제기될 것이며, 남북관계 자체도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 문제는 현 정부와 새 정부 사이에서 정리돼야 할 현안이 됐으며, 한나라당의 거센 반격 등 정치적 논쟁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무엇보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2억 달러의 대북 송금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 동안 사실 여부조차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아 온갖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제 2억 달러 송금을 전제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김 대통령이 자신에게 돌아올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법심사 대상 제외'를 밝힌 것은 이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새 정부 출범 전에 공론화해 일찍 매듭짓자는 고육책을 택한 것이다. 최근 김 대통령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에게 "내가 악역을 맡겠다. 모든 것을 나에게 떠 넘겨라"고 말한 대목도 이런 선택의 시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한 마디로 이 문제가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실체 파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2억 달러 송금을 인지했거나 개입했는지가 새로운 초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많다. 청와대는 "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인지했거나, 개입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현대 상선의 대북 송금을 국가적 차원에서 문제 삼지 말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곧이 곧대로 수용되지는 않는 분위기이며, 청와대의 인지 여부까지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법적 논란과 정쟁이 격화할 수도 있다. 노무현 당선자측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선(先)사실 규명, 후(後)책임 논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아예 사법심사 대상 제외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결코 조용히 해결되기 어려운 국면이다.

남북관계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다. 비밀 공개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촉발시켜 남북관계가 뒤틀릴 우려가 다분한 측면이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북한 당국이 2억 달러 송금의 쟁점화를 강력하게 항의했다"면서 "자칫 남북관계가 일제히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익의 논리만으로 사법심사 대상 제외의 근거가 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노무현 당선자가 남북관계의 진전에 비중을 두고 있어 사실 규명 후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사태 수습의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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