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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지방분권 돈만 보내선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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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지방분권 돈만 보내선 실패

입력
2003.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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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이 새로 출범할 정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에 대한 오해가 자칫 지방자치의 본질을 퇴색시킬까 우려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지방자치의 성공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난 8년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돈과 사람과 기업을 지방으로'로 요약되는 지방분권은 상당 부분 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특히 사람과 기업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은 어렵지만 돈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은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1990년대에 추진한 국가는 동유럽, 남미, 아시아의 70여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들이 대부분 '어려운 분권'은 제쳐놓고 '쉬운 분권'만을 추진하여 지방분권이 성공한 사례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을 세계은행이 경고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실패한 경우는 가까운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1995년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지방분권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였다. 이 위원회에서 제시된 안들은 대부분 사무의 지방이양이나 지방재정 확충에 관한 것이었고, 지방정부의 지출에 대한 주민들의 효과적인 통제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경제침체와 재정적자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지방정부가 창구가 된 방만한 공공투자임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담보로 하는 '어려운 분권'보다는 지방재정 확충을 모토로 하는 '쉬운 분권'을 택한 결과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서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정부의 정보 독점력을 약화시키고, 전국적인 지식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는 정부의 정보 독점과 불필요한 규제 문제를 낳는다. 따라서 행정수도가 지방에 건설되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동시에 수도권 집중을 완화시킬 것이다.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을 통합하여 수도권에는 자율을 주고 지방에는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식 기반을 전국적으로 확충하면 자본과 인력, 그리고 국토 이용의 지나친 집중에 따른 비효율성과 불공평을 완화시킬 것이다.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지방재정 확충 이전에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도권으로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것은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지방양여금을 합하여 모두 30조원이 넘는 이전재원이 현재 지방으로 흘러가고 있고 교육재원을 포함하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재원은 무려 50조원이 넘는다.

현재의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 방식은 어려운 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금융특혜를 주는 것과 닮은꼴이다. 지방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왜 지방자치 선진국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세율을 올려서 세입을 확보하지 않는지(그렇게 할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또한 50조원이 넘는 이전재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는 이미 행정수도의 건설과 교육자치의 추진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하여 필요하며, 또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 남은 어려운 과제는 우리나라의 지방정부가 분권이 잘된 외국의 지방정부처럼 책임과 자율을 겸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 정 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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