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 있는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 방문에서 놀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평양이 마하2.5 최신예 전투기 F-15이글의 1시간 작전 반경에 들어있다. 가데나 기지에서 평양은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보다 가깝다. 중국의 상하이(上海)도 1시간 작전권 안에 있다. 기지 규모가 미 공군의 해외기지 중 가장 크다. 오산 기지의 7배, 군산 기지의 5배 정도. 가데나 기지와 오산과 군산 기지를 비교해 달라고 하자 세 기지를 비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만들어 준다. KC-135 공중급유기를 통해 작전 반경을 중동과 남미 등 세계 어디로든지 확대할 수 있다. 공중급유기는 해외기지 중 가데나 기지만이 보유하고 있다. F-15이글의 한대 값은 3,500만 달러(한화 420억원 상당). 가데나 기지에는 모두 48대의 F-15이글이 있다.■ 군사기밀을 제외한 브리핑이었지만, 1시간여의 설명은 미국이 가데나 기지를 왜 그토록 중요시 하는지를 새삼 알게 해 준다.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공군력의 상당부분도 이곳에서 발진한다. 2001년 4월 중국에 의해 하이난도(海南島)에 강제착륙 당했던 EP3 정찰기도 이곳 소속이다.
■ 가데나 기지는 2001년 6월 티머시 우드랜드 중사가 현지 여성을 성폭행, 신병을 일본 당국에 넘긴 불명예도 지니고 있다.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공무중이 아닌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군병사를 기소 단계에서 일본 당국에 인도토록 했고, 살인·성폭행 등 중범죄일 경우 기소전이라도 넘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군병사가 기소 전에 일본 당국에 넘겨진 것은 199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오키나와에서는 이때도 SOFA 개정요구가 강력히 일었지만, SOFA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 오키나와는 일본 국토의 0.6%에 불과 하지만,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의 75%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현 전체 면적의 10.6%, 본섬의 19.5% 를 2만5,000여 미군과 2만3,000여 미군 가족, 1,300여 군속들이 차지하고 있다. 38개 미군시설 중 가장 큰 게 바로 가데나 기지. 이곳은 7,000여 미군과 9,200여 미군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 속의 미국'이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