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북한의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아 만나도 성과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없다. 우선 김 위원장이 만나지도 않으려면, 무엇 때문에 특사 방북을 수용했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어느 정도 사전 정지작업을 했는지도 묻고 싶다. 임기 말 대북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성 파견이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던 지난 4월의 경우와 대비가 된다.북한은 우리측이 요청한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과의 회동을 거부하고,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보냈다. 강 부상은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최고 핵심인물이고,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의 실재를 시인한 장본인이어서 회동을 회피한 이유가 수상쩍기만 하다. 노무현 당선자측의 이종석 대통령직 인수위원이 노 당선자의 대북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북한 요로에 전달했다는 얘기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들 때문에 특사를 왜 파견했느냐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김 위원장은 말로는 북한 핵 문제 등의 해결에 있어 동족간 공조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행동은 따로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성 차관은 만났다. 러시아 대통령 특사는 만나고, 한국 대통령의 특사는 만나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처사다.
임 특사의 성과 없는 방북은 임기를 26일 남겨놓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접근이 현실적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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