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동북아 경제중심국 건설전략을 '국내기업 중심의 정보기술( IT) 허브(Hub)'로 대폭 수정하면서 우리나라의 동북아 허브 모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정부와 학계 등에서는 동북아 허브전략의 핵심이 금융·서비스·물류·제조업 등 전 분야에 걸친 외자유치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국내 산업정책적 차원으로만 접근, 동북아 허브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IT허브 VS 복합허브
인수위가 송도 신도시 허브 전략의 핵심을 'IT분야 연구개발(R&D)의 메카 조성'으로 설정한 것은 금융·서비스 분야의 경우 남북분단 상황, 영어 비공용화의 현실,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북핵 위기'에 외국투자가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마당에 한국을 동북아 외환·증권 거래의 중심, 중국 진출 기업의 자금조달 기지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IT는 중국 등 동북아 주변국에 비해 10년 정도 앞서있다"며 " R&D 헤드쿼터를 끌어들이는 것이 허브화의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는 인수위측 허브전략이 한국에 IT단지를 하나 더 만들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인수위는 금융·서비스의 허브는 포기하고 IT단지를 만들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복합허브를 개발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6대4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창재 박사도 "해외 IT·물류·금융·서비스 자원은 함께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외국기업을 끌어 들여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 허브의 취지인데 인수위측 안은 산업정책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내기업 육성 VS 외자유치 우선
인수위는 또 세금감면, 영어 공용화, 외국인 주거단지 조성 등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 놓는다고 해서 외국기업이 들어 올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 국내기업 우선의 허브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허허벌판에 각종 혜택만 준다고 해서 외국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호스트(국내기업) 들이 경쟁력이 있는 IT분야 R& D 역량을 결집,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놓으면 외자는 자연스럽게 온다"고 강조했다. 경제특구의 국내기업에대해서도 외국기업에 준하는 각종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 한 관계자는 "허브 전략의 핵심은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그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인수위 안 대로라면 경제특구는 한국 기업들만의 IT단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여 동안 동북아 경제중심국 건설전략 마련에 참여한 정부 한 관계자도 "외국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라도 우선 만들어 놓고, 외자 유치에 나서자는 정부 안을 인수위가 정반대로 뒤집었다"며 "이대로라면 동북아 허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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