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인가, 단순한 몸집 불리기인가. 영화계의 초대형 합작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복)는 29일 로커스 및 대표이사 김형순씨가 보유하고 있는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주식 383만7,336주(지분율 28.3%, 주당 인수예정가 1만4,500원)를 556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만일 워버그핀커스가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경우 이를 포함, 총 480만주(지분율 35.4%)를 696억원에 인수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회계 및 법률 검토를 거쳐 이르면 3월에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
이로써 CJ는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업 분야인 시네마서비스의 영화 콘텐츠 제작 및 배급, 손노리와 넷마블의 게임 및 인터넷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확보하게 됐다.
씨네월드 이준익 대표는 "거대공룡의 탄생은 한국영화 생산 시스템의 규모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업 영화가 발전하려면 자본과 유통, 그리고 한국형 스튜디오시스템이 필수인데 양사 합병으로 이런 기본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력과 극장 등 하드웨어는 갖추고 있으나 영화 제작 노하우가 부족한 CJ가 충무로 최고의 제작사인 시네마서비스와 시너지 효과를 갖출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평론가 전찬일씨는 "한국 영화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양사가 합친다는 논리는 대기업의 독과점을 옹호하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 지배력이 강한 두 제작 배급사의 횡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게임의 규칙'이 상실될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 장악력이 60% 이상인 두 기업이 결합하면 이들을 견제할 어떤 세력도 존재할 수 없으며, 이 경우 우리 영화 산업이 외려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다.
조희문 상명대 예술대학장은 "한국 영화가 산업화하는 상징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대외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점에서 주목한다"며 "그러나 모든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므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는 별도로 중급 영화 제작사는 더욱 입장이 어려워졌다. 한 제작자는 "그간 독자적 행보를 해 온 싸이더스, 명필름, 강제규필름 등 잠재력 있는 중급 제작사에 대한 압력이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CJ―시네마서비스 '줄대기'가 성행하리라는 예상도 이 때문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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