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연초부터 유가·환율·주가 등 3각 파고에 휘말려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소매판매가 4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내수 기반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이라크전쟁 등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가세할 경우 국내 수요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보고 내수 연착륙과 투자활성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소비추세를 반영하는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1.9%로 2001년 2월(1.6%)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매부문은 1.1% 증가에 그쳤고, 소매부문은 -2.2%로 98년 12월(-6.1%)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백화점 매출은 -13.8%로 11월(-1.3%)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제의 성장동력인 설비투자는 자동차와 일반 산업용기계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2.5% 늘었지만, 11월(6.2%)에 비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다. 내수 위축과 함께 대내외 불안요인이 증폭되면서 6개월 이후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또한 전달 대비 0.4% 포인트 감소, 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산업생산과 출하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선전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각각 9.5%, 9.1% 늘었다. 하지만 당시 노사분규로 생산 차질을 빚었던 자동차를 제외하면 산업생산은 6.7% 증가에 그친 셈이다. 수출도 자동차와 영상음향통신 부문의 호조로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했다.
정부는 유가급등, 환율하락, 주가폭락, 내수붕괴 등 현재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식 하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제를 통한 경기활성화는 국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금리는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상태여서 더 이상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과 건설 등 부양 효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나는 부문에 대한 재정의 조기집행을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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