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하루 하루를 산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양 다리를 잃은 1급 중증 장애인이 30여년만에 법학도의 꿈을 이뤘다. 서울대 200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장애인특별전형으로 법대에 합격한 손위용(孫僞勇·50·사진·울산시 신정2동)씨는 29일 합격사실을 확인하고 신산했던 지난 삶을 돌이키며 울먹였다.
편모슬하의 4남매 중 막내로 자란 손씨는 명문 부산고에 입학했으나 하숙할 돈이 없어 울산에서 부산까지 기차통학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고2때 기차에 올라타려다 실족, 두다리가 잘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도저히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학교를 그만둔 뒤 고졸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손씨는 그 때부터 과외교사로 생계잇기에 나섰다.
유명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손씨는 결혼에 성공, 세 딸까지 얻었지만 금은방을 열었다 망해 집을 날리는 등 숱한 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2000년 어느날 학원강사·간호사·대학 4년 생으로 장성한 세 딸이 "이제 생활이 안정되었으니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꿈을 이루라"는 조언에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다음해부터 수능준비에 나선 손씨는 2년만에 수능 331점을 받음으로써 마침내 만학의 한을 풀 수 있게 됐다. 최근 의족을 새로 맞춘 손씨는 "어렵겠지만 만약 사시에 합격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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