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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 몸값 급등/툭하면 연봉 5억∼6억… 구단 재정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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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 몸값 급등/툭하면 연봉 5억∼6억… 구단 재정 "몸살"

입력
2003.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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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 박경완(포수)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프로야구 현대 구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박경완이 제시한 금액은 7년간 42억원. 이 액수는 웬만한 구단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 월 평균 263만원(2001년 기준)을 버는 도시 근로자가 한푼도 쓰지 않고 130년 이상을 꼬박 모아야 채울 수 있는 거액이다. 결국 현대는 박경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삼성 구단도 요즘 마지막 남은 이승엽과의 연봉재계약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이승엽의 비중을 감안, 자존심을 살려줘야겠지만 내년 FA시장에 나서게 될 이승엽과의 협상에도 대비해 둬야 하기 때문. 올 시즌 6억원선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승엽이 내년 FA시장에 나서면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중·연봉 반비례하는 기현상

프로선수들의 몸값 급등이 심상치 않다. 이미 연봉 5억원대를 훨씬 넘는 선수들이 속출하는 가 하면, 2∼3년내에는 '스타=10억원대'가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프로야구는 스탠드를 울리던 함성은 갈수록 작아지지만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스타선수들의 희소성과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필요악'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미국 등의 프로스포츠 스타 연봉에 비하면 '소액'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맞서 몸값 급등은 결과적으로 구단들의 재정에 치명타를 입히고 연봉경쟁에서 소외된 선수들은 물론 서민들의 한숨을 더욱 깊게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스포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프로야구 등에 전체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샐러리캡(Salary Cap)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대표적인 연봉고액 종목인 프로야구를 보자. 1995년 1만명을 넘어서던 프로야구 경기당 평균 관중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 시즌 4,500명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렇다보니 재정의 90%를 관중 수입으로 채워야 하는 구단 살림에 큰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다. 한 시즌 100억∼150억원대 적자에 구단들은 허리가 휘고 있다. 이런 와중에 95년 110억원대에 불과하던 전체 연봉은 관중이 절반 이상 줄어들고 외환위기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2002년에 220억원으로 오히려 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선수에 돈 쏟아붓기 심화

개별 선수의 연봉 상승은 더욱 파격적이다. 2000년 이강철과 김동수가 받았던 8억원(3년)의 당시 최고 몸값은 올 시즌 송진우에 이르러 18억원(3년)대로 급상승하는 등 선수재벌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한 팀에서 9년 이상 뛴 선수에게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FA제도(2000년 도입)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 시즌 연봉재계약을 마친 현대 유니콘스의 연봉 합계는 지난 시즌보다 31.7% 급증한 34억2,900만원. 불과 2년 전(18억8,500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이승엽을 제외하고도 이미 40억원이 넘는 돈을 연봉으로 쏟아부었다.

농구도 예외가 아니다. 간판스타인 서장훈(삼성)은 2002∼2003시즌에 4억3,100만원을 받아 전 시즌 보다 30.6%가 늘어났고, 3억원을 받은 이상민(KCC)의 연봉 증가율도 30.4%에 달한다. 축구의 김도훈(성남)도 올시즌 4억원을 받기로 했고, 배구의 이경수는 LG화재와 스카우트비와 계약금 등으로 16억원에 계약했다.

더 큰 문제는 연봉 증가가 모그룹의 자금력을 앞세운 부자구단과 FA등 일부 구단과 선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구단과 스타선수만이 독식하는 연봉 경쟁의 결과는 구단간 전력불균형을 불러오고 이는 흥미 반감과 흥행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2할대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프로야구는 2년만에 역대 평균 관중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최고 연봉구단인 삼성과 함께 2명의 간판선수 영입에 18억원을 배팅한 기아의 양강 체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팬들은 벌써부터 맥이 빠지고 있다.

한성대 이영훈교수(경제학)는 "모든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갖고 있어야 관중이 야구장을 찾게 된다"며 "전력평준화를 위해서라도 샐러리캡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스타 선수들의 천문학적인 연봉 부담에 휘청거리는 전세계 프로스포츠에 샐러리 캡(연봉총액상한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샐러리 캡은 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 지나치게 높은 몸값 지불로 인한 구단의 적자운영을 극복하고 부자구단이 실력 좋은 선수들을 독점하면서 팀간 실력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미국 프로농구(NBA)가 1946년에 처음 도입했다. NBA는 각 구단의 연 총수입(중계권, 사업수입, 입장수입)을 29개 구단에 고루 나눠준 뒤 분배액의 48.04%를 연봉상한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은 샐러리 캡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시즌 연봉상한선은 4,027만1,000달러였다.

94년에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가 이 제도를 도입, 구단 분배액의 64%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봉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조만간 유럽 프로축구에도 샐러리 캡이 실시된다. 구단간 지나친 과열 스카우트경쟁에 따른 심각한 재정난을 덜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1월 유럽 프로축구 18개 명문구단 모임인 G14는 2005년 시즌부터 총 매출액의 70%를 상한선으로 정하기로 했다.

반면 미 메이저 리그에는 아직 샐러리 캡이 도입되지 않고 있다. FA제도가 도입된 76년 평균 5만 달러에 불과했던 평균 연봉이 25년 동안 40배 이상 폭등하면서 재정난에 빠진 구단들은 샐러리 캡 도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선수노조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94년에는 선수들이 파업사태로 맞서면서 월드시리즈까지 취소되기도 했다. 대신 메이저리그는 연봉총액(올 시즌 1억1,700만달러)이 일정액을 넘는 구단이 초과 금액의 50%를 세금으로 떼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구단에 나눠주는 사치세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프로농구가 97년 국내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 샐러리 캡을 시행하고 있다. 올 시즌 연봉상한액은 11억5,000만원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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