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에도 KBS MBC SBS 등 방송3사의 특집 드라마는 어김없이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다. 그러나 겉으로 표현되는 사랑보다는 속에 숨은 뭉근한 사랑을 그려낸다. 화기애애한 내용을 담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기에도 부담 없는 작품들이다.31일 오전 10시 방송하는 SBS '도토리묵'(극본 박진숙, 연출 허웅)은 재혼한 남편의 자식이 가출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도토리묵을 만들며 20년 동안 아들을 기다려온 어머니의 가슴 찡한 사랑을 그렸다. 고두심이 30대 중반에 열두살 아들을 데리고 재혼한 한 여사 역을 맡았다.
한 여사는 아들 정호를 데리고, 역시 아들 동철과 함께 사는 박 선생(전인택)과 재혼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동갑내기 형제 정호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해 가출한 동철. 그러나 한 여사는 집나간 동철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한 여사가 뒷산에서 손수 주워 모은 도토리로 매일 조금씩 도토리묵을 쑤는 것은 동철이 도토리묵을 좋아했기 때문. 어른이 된 동철(천호진)이 뒤늦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다시 한 가족을 이룬다는 설정이다. 최종환, 남능미, 이휘향 등 개성강한 연기자들이 출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족간의 사랑을 전한다.
MBC는 2월 1일 오전 10시 '순덕이'(극본 지상학·김진수, 연출 강병문)를 방송한다. 온 가족의 일을 도맡아 하며 누나로, 언니로, 딸로 가족들과 깊은 정을 나눴던 식모(食母), 순덕이(고정민)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순덕을 사모하는 필봉(정성화), 순덕의 친구 현심(강래연)이 엮어가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도 곁들여질 예정.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순덕이'는 어려웠지만 사람 사이의 진실함이 살아 있었던 시절에 대한 깊은 향수도 선사할 것 같다. 자를 들고 다니며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던 경찰과 단속에 걸려 승강이를 하던 젊은이들의 모습, 음악다방, 통금 사이렌, 대학생 패션 등 1970년대를 충실히 재현한 노력이 돋보인다.
KBS 2TV는 2일 오전 9시 50분 개그맨 김국진이 순박한 농촌 총각으로 연기 변신한 '달중씨의 신데렐라'(극본 구현숙, 연출 문보현)를 준비했다. 죽기 전에 아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인 달중 모친(강부자)의 눈물겨운 모성애와 고운 심성을 가진 착한 남자 달중(김국진)의 애틋한 효심, 선화(김민희)를 향한 순수한 사랑 등 훈훈한 이야기를 담았다. '농촌총각 합동맞선'에서 만난 여인에게 사기당하고도 노모를 위해 결혼을 강행한 달중이 노모 앞에서는 살가운 부부행세를 하지만, 돌아서면 태도가 돌변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어머니가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일부러 속아 준 것이라는 사실을 달중이 뒤늦게 깨닫는 순간, 코끝 찡한 감동을 준다.
KBS 1TV도 1일 오후 9시45분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청자 도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천년의 꿈'(극본 김지수, 연출 류시형)을 방영한다. 이정길이 장인정신에 투철한 도공으로 나오고, 송일국, 임호, 김사랑이 출연해 도예비법 전수를 둘러싼 갈등과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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