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본명 손언진·21)은 학창시절 첫 사랑의 아이콘이다. '이름 모를 그대에게'라는 남학생들의 편지를 꽤 많이 받았을 듯한, 그러나 여학생 사이에서는 한마디로 '왕따'가 됐을 지도 모를 그런 존재. "휴대폰을 잃어버린지 한 달이 넘었는데 전혀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으니 왕따는 왕따인가 보다"고 말하지만 손예진의 매력은 그런 자신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데 있다.대담한 공주과. 영화에서 왈츠나 어울릴 것 같던 주희가 YMCA 강당에서 고개를 앞으로 빼고 엇박자로 춤을 추는 막춤을 추어 내듯 말이다.
'클래식'에서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는 대목이다. "춤을 못 추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로 못 추지는 않아요. 감독님이 알려준 대로 귀엽고 코믹하게 추었을 뿐인데."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연애소설'(감독 이한)이 고작인 손예진에게 '클래식'은 진정한 첫 주연작품. " '취화선'은 참여한다는 의미만 있었을 뿐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클래식'은 다시 못 올 기회다 싶었다. 어머니와 딸, 1인 2역이라는 배역도 그렇고. 부담도 컸지만 다행히 욕은 안 먹을 것 같다."
'클래식'에서 손예진의 연기는 특별히 튀는 장면없이 한마디로 '무난'하지만, 그것도 힘겨워 하는 배우가 꽤 많은 상황이고 보면 새내기 손예진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옥소리―이미연―전지현으로 이어지는 곽재용 감독의 여배우 목록에 손예진도 자연스럽게 '입적'될 만하다. 감독이 캐스팅한 이유를 물었더니 "실수였죠. 하하."
"요즘 아이들처럼 통통튀는 게 아니라 고전적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정. 그런데 외모는 '클래식'하지만 꽤 고집도 세고 주관도 강한 손예진에게 '클래식'의 연애관이 설득력이 있을까. "영화 속 사랑은 비현실적이에요. 하지만 마음 속으로 추구하고 있는 순수한 사랑, 배려하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어 좋아요."
처음에는 딸과 엄마의 비중이 엇비슷했는데, 발랄하고 엉뚱한 지혜의 모습이 담긴 현재 시점의 촬영 분량이 많이 빠져 아쉽다는 손예진은 '대망' 이후 액션, 코믹 등 다양한 캐릭터를 제안 받아 기분이 좋다. '대망'이 드라마로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녀에게만은 소중한 드라마가 된 것 때문이다.
"누구 오빠가 너무 잘해주었구요" 하는 식으로 상대 배역에 대해 립 서비스하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손예진은 "상대역 조승우나 조인성과는 현장에서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링거액을 맞을 정도로 피곤했던데다, 한 사람은 차분하고 한 사람은 바빴다. 예쁜데 솔직하기까지 하니, 이젠 무슨 트집을 잡을까.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