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심문에 넘어가 살인·암매장 사실을 허위 자백, '피해자도 없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 등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3명이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고법 형사5부(전봉진·全奉進 부장판사)는 29일 살인·암매장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모(22), 이모(25), 방모(28)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01년 7월 강도 혐의만으로 입건됐던 황씨는 여죄를 추궁하던 경찰이 "당신이 살인했다고 이씨가 진술했다"고 유도 심문을 하자 "사람을 죽인 것은 내가 아니라 이씨" 라고 맞받아치는 실언을 하고 말았다. 더구나 경찰은 이들이 사체 암매장 장소로 지목한 공동묘지 주변에서 실제 암매장된 사체까지 발견, 황씨 등의 혐의는 굳어지는 듯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도 황씨 등이 "경찰이 뺨을 때리거나, 나무 몽둥이로 때리고 이틀 동안 밥도 안 줬다"며 가혹 수사에 따른 허위자백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들에게 무기징역, 징역 10년,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자백을 받아들이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검경 조서 및 공판 과정에서 진술이 엇갈리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 범행시점이 7월로 기재돼 있지만 발굴된 사체에서 겨울옷인 긴팔 셔츠와 점퍼가 발견된 점, 4개월 동안 매장되어 있었다고 보기에는 사체가 너무 유골화한 점 등을 간과하지 않았던 것.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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